구본준 ㈜LG 부회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 부회장, LG전자와 LG화학의 사내이사다. 그는 29일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과 동시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연말 임원인사 때 세 가지 직책에서도 퇴임한다.
이날부터 그룹 경영에서 배제되는 만큼 독립 수순을 밟는다.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첫 번째로 계열분리다. 전장·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하는 LG이노텍, 한때 구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일했고 시가총액도 1조원 수준으로 적은 LG상사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LG전자의 소재·생산기술원을 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계열사 실리콘웍스가 거론되기도 한다. 반면 최근 미래 성장동력 차원에서 인수한 전장 업체 ZKW와 LG전자 자회사로서의 시너지를 감안할 때 분리가 쉽지 않은 LG디스플레이 등은 계열분리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는다.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 없이 독립할 수도 있다. 1조원 상당의 ㈜LG 주식만 들고 나와 새 사업을 모색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에는 총수 승계에 따른 LG그룹의 외형 축소는 발생하지 않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계열분리에 대해서만 구구한 억측이 나오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구 부회장이 독자 노선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분 매각자금으로 전혀 새로운 사업을 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구 부회장이 ㈜LG 주주로만 남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구 부회장이 물밑에서 여러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며 “구광모 회장 체제가 조기에 구축된 만큼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편 LG는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형제와 형제 자손들이 계열분리를 해왔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지난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키고 LIG그룹을 만들었다. 구인회 창업주의 여섯 형제 중 넷째부터 막내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분리해 지금의 LS그룹을 출범시켰다. LG전선·LG산전·LG니꼬동제련 등의 계열사를 들고 나갔다.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 역시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