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IRE(미국탐사보도협회·Investigative Reporters & Editors) 2018 컨퍼런스’ 내 한 강연장이 미국 전역과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IRE는 1975년 탐사보도 분야 발전을 위해 조직된 비영리단체로, 매년 6월 미국 전역을 돌며 탐사보도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컨퍼런스를 연다./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올해 컨퍼런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섹션들은 ‘미투’, 즉 성범죄·성문제와 관련된 분야죠. 지난 1년 간 수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해당 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취재했고 전 세계 2,000여명의 기자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취재 과정과 후일담 등이 공개될 겁니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IRE (미국탐사보도협회·Investigative Reporters & Editors) 2018 컨퍼런스’에서 별도로 마련된 한국 취재진과의 미팅 자리에서 매트 골드버그 IRE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골드버그 의장의 말처럼 올해 컨퍼런스에서 미투 강연은 눈에 띄었다. 미투 강연이 전무했던 지난 해와는 확실히 달랐다. 특히 ‘다양성 강의’나 ‘미투 쇼케이스’ 등 특별 강연으로 꾸려져 참가자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첫 날인 14일 ‘다양성트랙: 불평등 탐사보도’를 시작으로 ‘보도국의 여성들’, ‘쇼케이스:간통과 미투 탐사보도’, ‘미투유: 캠퍼스 내 성폭력’, ‘여성기자로서 자료 얻기’ 등 연일 해당 주제와 관련된 강연이 이어졌다.
‘쇼케이스 : 간통과 미투 탐사보도’에 연사로 참여한 일명 ‘탐사보도 특종 기자’인 미국 현지 매체 기자 4인은 미투 운동 촉발과 더불어 올해 탐사보도의 흐름이 완전히 바꾼 인물로 할리우드의 유력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을 꼽았다. 큰 기사에 묻히기 일쑤였던 지역 사회 내 성 문제 기사가 웨인스타인의 성폭력 만행 이후로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레스토랑 전현직 여성 25명을 성추행한 미국 유명 셰프인 존 베시의 사건을 보도한 브렛 앤더슨 기자는 “피해자들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지속적으로 당해와서 이런 일을 겪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외부에 알려도 묵살되기 십상이었다”며 “웨인스타인 사건 이후 피해 여성 스스로도 용기를 갖고 소리를 낼 수 있게 됐고 독자들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로이 무어의 과거 성추문을 보도한 베스 레인하드 워싱턴포스트 기자 역시 “이같은 갑작스런 미투 흐름에 독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취재 단계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검증을 더욱 철저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15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IRE 2018 컨퍼런스’ 중 ‘보도국의 여성들’ 강연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기자들이 마리암 마쉴리 NBC6 사우스플로리다 탐사보도 기자를 비롯한 연사들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지윤기자
‘보도국의 여성들’도 가장 많은 기자들이 몰렸던 강의 중 하나다. 마리암 마쉴리 NBC6 사우스플로리다 탐사보도 기자, 비키 응우옌 NBC 베이 지역 앵커 겸 탐사보도 선임기자, 에이미 줄리아 해리스 탐사보도 센터 기자, 주윗 카이저 헬스 뉴스 선임기자가 연사로 나서 오프더레코드(비보도) 하에 여성 기자이자 워킹맘으로서의 직장 내 애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고민을 받아 간단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여성 취재기자들의 질문 열기가 고조되면서 예정된 강연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IRE는 1975년 탐사보도 분야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조직된 비영리단체로, 매년 6월 미국 전역을 돌며 컨퍼런스를 연다. 이 자리에서 연사로 나선 기자들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2,000여명의 기자들에게 그들만의 취재 노하우와 취재 성과 등을 공유한다. /올랜도=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