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개입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로,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대기업이 소상공인 업종을 영위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정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발표한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통한 정부의 소상공인 시장 개입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영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소상공인 보호·육성’이라는 법의 취지가 합당하다는 뜻이다. 앞서 중소기업연구원이 2017년 시행한 실태조사에선 국민 1,000명 중 51%가, 중소기업 2,004개사 중 53.5%가 통상분쟁 등의 위험이 있더라도 소상공인을 위해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그 이유로 정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꼽았다. 법제처 관보 제19274호에 의하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늘어난 재벌그룹 계열사 477개사 중 생계형 소상공인이 주로 영위하는 분야에 진출한 기업 수는 총 387개(81.1%)에 달했다.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에서 제기하는 ‘산업경쟁력 저하’ 문제에 관해서도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체계 안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특별법에서 △업종별 사업체 규모 및 소득 영세성 △안정적 보호 필요성 △소비자 후생 및 산업경쟁력 영향을 심의 기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미리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소비자 후생과 관련 산업에의 영향이 크다고 우려되면,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기업도 생계형 적합업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심의위원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으로 구성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구로, 생계형 적합업종 선정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정 연구위원은 심의위원회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전문가와 소비자 후생 전문가를 포함하고, 업종의 특성에 맞게 심의위원회를 다르게 구성토록 해 정부의 단독 의사결정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친시장 성향 학자들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사업 기회 제한이 곧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과 소득 향상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점부터 해당 업종을 발전시킬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