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단축 시행] 점심시간에 일해도 사전보고 안하면 근로시간 인정 못받아

Q&A로 풀어 본 근로단축
휴게·대기시간이 긴데
사용자 지휘·감독이 핵심 기준
흡연·티타임 등 근로시간 포함
회식·워크숍은 어떻게
친목도모 목적이면 해당 안돼
토론·세미나 시간 등은 인정
계도기간 6개월간 처벌없나
사업장 상황에 따라 달라
단축 준수 노력이 전제조건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사업장 근로자들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과연 어디까지를 근무시간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것이다.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아전인수’격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또 정부가 올해 말까지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밝힌 데 대해 그때까지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냐는 질문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과 인정 여부, 처벌 등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사용자·근로자와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질의응답(Q&A) 형식으로 풀어봤다.

Q: 마케팅·영업 업무상 딱 잘라 뭔가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든 휴게·대기시간이 길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A: 휴게·대기시간이 근로시간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 핵심 기준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예를 들어 회사 건물 내 다른 층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 혹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간 등은 근로시간에 해당 된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언제든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는데다 근로자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쉬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업무상 미팅시간이 확정되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 경비원이 야간 근무초소에서 대기하는 시간, 비서나 독서실 근무자 등이 근무석에 앉아 취미 관련 서적을 보는 시간 등도 같은 이유로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

Q: 점심시간에도 일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업무 때문에 마음 편히 밥을 못 먹는데.

A: 결론부터 말하면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점심시간에 업무상 얘기를 나누는 정도가 아니라 밥을 안 먹고 일을 했더라도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은 이 1시간의 휴게시간을 점심시간으로 운용한다. 다시 말해 근로자가 점심을 먹지 않고 취미활동을 하더라도 사용자는 관여할 수 없다. 다만 근로자가 △근로의 내용 및 목적 △소요시간 △식대 등 비용의 부담 주체 등을 회사에 사전 보고한 경우에는 점심시간도 근로시간이 될 수 있다.


Q: 회식·워크숍·교육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할지 헷갈린다.

A: 일단 회식시간은 사용자가 강제했든, 강제하지 않았든 근로시간에 해당 되지 않는다. 회식의 목적은 근로자의 노무 제공이 아니라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강화 등이라는 게 법원의 판례다. 워크숍과 교육시간의 경우 내용과 형식 등을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워크숍 중 토론과 세미나 시간은 근로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 교육시간은 다소 판단이 애매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근로자에게 교육 참석을 강제했다면 근로시간이지만 근로자가 역량 향상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교육을 이수했다면 비근로시간이다.

Q: 출장 기간 동안 근로시간 계산이 애매하다.

A: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일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일반적으로 소정근로시간(예를 들어 8시간) 또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예를 들어 10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다만 출장 중 근로시간은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마케팅직의 업무 특성상 접대할 일이 많다. 접대시간은 어떻게 되나.

A: 접대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지시 또는 승인이 관건이다. 업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 제3자를 근로시간 외에 접대하는 경우 사용자의 지시 또는 승인을 받아야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법원에서 상사가 은연중에 접대를 바랐다 하더라도 지시나 승인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상사의 지시나 승인과 관련한 보고 등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

Q: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정부가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둔다고 한다. 그럼 이 6개월간은 52시간을 초과해 일해도 괜찮은 것인가.

A: 사업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현행 훈령은 근로기준법 미준수 시 최장 3개월의 시정기간을 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올해 말까지는 최장 6개월을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무조건 6개월 주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교대근무제 개편이나 인력 충원과 같은 근로시간 단축 준수를 위한 노력이 전제조건이다. 그 노력의 성실성에 대한 판단은 근로감독관들이 한다. 이와 별개로 고소·고발에 따른 처벌 가능성도 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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