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근무시간 단축에 맞춰 자율 출퇴근과 PC 셧다운 등 각종 장치를 마련해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행 초기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저녁 시간 거래처와의 미팅을 전면중단하는 등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눈치를 살피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한다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영업과 대관 등 외부 고객들과 접촉이 잦은 부서에 7월 한 달 동안은 저녁 접대 및 주말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친목 및 사교 성격의 접대 자리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지만 확실해질 때까지 좀 더 지켜보겠다는 속내다.
그렇다고 이들 직군에 무작정 외부 접촉을 금지시키기는 어렵다. 외부 고객과의 미팅 자체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부 미팅을 일일이 근로시간으로 등록하지 않는 대신 주기적으로 대체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근무시간 외 외부와 접촉이 잦은 일부 직군에 격주로 주4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대체적인 흐름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도입한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 사무직 직원들은 1개월 단위로 총 근로시간을 정하고 주 단위로 최소 20시간을 채우되 나머지 시간은 본인의 재량에 맡기도록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 사무직 직군을 대상으로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오전8시부터 9시30분까지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선택한 후 하루 8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식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일찍 퇴근하는 직원들이 생기면서 부서 전체적인 야근이 불가능해졌다”면서 “가급적 야근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업무시간에는 직원들이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기업들의 복안이다. 현대차의 경우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를 집중 근무 시간으로 정해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해당 시간에는 업무 중 휴식이나 흡연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들은 일과시간 중 병원이나 약국 등을 찾는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우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사소한 일로 자리를 비울 일이 발생하더라도 연차나 반차 사용을 의무화하는 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김영란법 시행 초기와 유사하게 한두 달 동안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하자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민규·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