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뮤지컬까지...게임의 무한 변신

엔씨소프트, 시각특수효과업체에 220억 배팅하며
자체 IP 기반 영화·애니메이션 제작 첫 발 내디뎌
넷마블은 홍대에 업계 첫 캐릭터스토어 문 열고
넥슨 '듀랑고'는 TV 예능으로 플랫폼 확장 나서


게임업계가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영화에 이어 뮤지컬과 TV 예능으로까지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하며 플랫폼 간 ‘이종 결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임업체의 사업모델이 주로 게임 직접 판매나 게임 내 아이템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외도’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고 ‘본업’인 게임과의 시너지도 커 플랫폼 이종 결합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일 영화 ‘시각 특수효과(VFX)’ 전문기업인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이하 포스)에 220억 원을 투자, 지분 32%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설립된 포스는 인기영화 ‘옥자’와 ‘아가씨’ ‘설국열차’ ‘괴물’ 등 영화 180여편의 시각 특수효과를 맡은 업체로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영화를 넘어 애니메이션과 가상현실(VR) 영상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53억원, 영업손실은 37억원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리니지’와 ‘블레이드&소울’ 등 인기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포스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며 “애니메이션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지난 2015년 블레이드&소울 IP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을 제작하고, 대표게임인 ‘리니지’와 ‘블레이드&소울’을 기반으로 한 피규어를 제작·판매하는 등 IP 확장을 통한 플랫폼 간 이종 결합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판타지와 순정,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제공하는 웹툰서비스 ‘버프툰’이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와 협약을 맺고 이용자 접점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게임업체들도 다각도로 IP 확장에 나서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4월 홍대 엘큐브 게임관에 게임업계 첫 상설 캐릭터 매장인 ‘넷마블스토어’를 열었다. 넷마블의 대표 캐릭터인 ‘넷마블프렌즈’와 넷마블 자체 IP인 ‘세븐나이츠’ 관련 제품 등을 파는 이곳에는 개장 1달 만에 넷마블 게임을 즐기는 해외 관광객을 비롯해 6만 명이 찾았다.

넥슨은 게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TV 드라마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달 3일 첫 방영을 시작한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이하 두니아)’는 넥슨의 자체 IP ‘야생의 땅:듀랑고(이하 듀랑고)’를 기반으로 한 예능이다. 듀랑고의 세계관과 게임 사운드 등을 그대로 드라마를 통해 내보내며 게임과 예능 간 결합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게임업계가 IP 확장에 나선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피규어 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더 나아가 애착을 갖기도 한다. 실제로 ‘두니아’ 첫 회가 전파를 탄 직후, ‘듀랑고’는 주요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듀랑고 공식 페이스북에는 “두니아 보다가 듀랑고 켰다. 효과음이 게임이랑 같아서 반가웠다”거나 “듀랑고 이용자라면 당연히 본방 사수”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캐릭터 사업 등 다른 플랫폼에 게임 IP를 활용하는 것의 경제적 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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