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이 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시상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괴물 주니어’들이 넘쳐나요. 여성성을 팔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미투’ 운동이 더 전진해야 합니다.”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자로 선정된 최영미(57) 시인은 3일 시상식에 앞서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했던 악습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며 미투 운동의 확산을 강조했다.
최 시인은 “당분간 조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니 미투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며 “시 한 편으로 시끄러워졌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가 변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지난해 발표한 시 ‘괴물’에서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의 권력 문제를 폭로했다. ‘괴물’은 원로 시인인 고은이 상습적으로 벌인 성추행을 폭로한 시다.
최 시인은 “‘괴물’을 썼을 때 오늘 같은 날이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10년 전에 써 (문단 성폭력 문제를) 청소해야 했다”고 전했다. 또 “내가 등단할 무렵에는 여성 시인을 기인으로 취급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금은 조금 나아졌겠지만 아직 괴물 주니어들이 넘쳐난다”고 부연했다.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의 시를 굳이 교과서에서 뺄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시인은 “그의 시에 생명력이 있다면 교과서에서 빼든 빼지 않든 살아남을 것”이라며 “오로지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성평등상 수상에 대해 최 시인은 “저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자신의 아픈 목소리를 세상에 알린 모든 여성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미투를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