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공작' 현재와 앞으로의 남북관계, 결국 사람 이야기

/사진=지수진 기자

“‘공작’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다.”

윤종빈 감독이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에서 탄생한 첩보물로 관객들을 찾는다. 전편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신과함께2’와 강동원 주연의 ‘인랑’과 극장가 최대 성수기에 맞붙는다. 올 여름 빅3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윤종빈 감독은 작품을 “우리 시대 꼭 필요한 영화”라고 설명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3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윤종빈 감독은 기획의도에 대해 “안기부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다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첩보 활동을 했다는 걸 알고 놀랐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조직 보스부터 ‘곡성’의 무덤까지 매 작품마다 색다른 캐릭터로 관객들과 만났던 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을 받고 북으로 간 스파이로 등장한다. 인간적인 면과 서늘한 긴장감을 동시에 풍기는 황정민 특유의 연기가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황정민은 “박석영이라는 사업가와 흑금성이라는 스파이로서의 삶이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질 수 있도록 연기했다”며 “상대방을 속여야 하는 인물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미세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잡아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북한 대위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의 이성민은 “대게 특정 직업군이나 실존인물을 연기할 때는 그 사람을 만나 보는데 이 작품은 그럴 수가 없어 자료가 부족했다”며 “자문해주시는 분을 통해서 그분들의 말투와 생각, 사상, 정서에 대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재활용해서 표현하는 편인데 리명운은 나와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며 “감독님이 현장에서 압박을 주지 않아도 혼자 숙소 가서 매일 끙끙댔던 기억이 있다”고 연기 고민을 털어놨다.


또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황정민에 대해서는 “배우인 저에게 황정민은 늘 부러운 대상”이라며 “저는 연기를 하면서 이게 내 직업 같지 않고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황정민은 천상 광대다.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유형의 배우다. 허세가 없고 하늘에서 내려진 직업을 하는 배우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배우 조진웅,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그리고 윤종빈 감독이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서경스타 DB

‘공작’의 장르는 첩보물이지만 영화에 액션 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몸을 쓰는 거친 액션 대신 인물의 감정이 숨겨진 대사들이 긴장감을 형성한다. 일명 ‘구강 액션’이 기존의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들과 ‘공작’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황정민은 “첩보물이라고 하면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의 느낌을 생각하겠지만 영화에 액션 신이 없다”며 “‘공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구강 액션이 대부분이다. 주로 말로 싸운다. 진실을 얘기하면 편한데 진실인 것처럼 거짓을 얘기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또 관객들은 2차적으로 인물의 속내를 알아야 하니까 그런 중첩된 감정들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진웅 역시 “그냥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대화 속에 감정을 숨겨야 했다”며 “어려운 전문 용어 들도 많았다. 연기를 하고 집에 가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한 장면을 완성하고 나면 산 하나를 넘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액션이 나오면 관객들을 일단 몰입하기 때문에 연출자로서 편하다”라며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액션을 넣을 수 없었다. 억지로 액션을 넣지 않고 대화가 주는 긴장감을 콘셉트로 잡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연출 콘셉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에는 사실적이고 릴랙스 된 연기 톤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연기가 나오면 긴장감이 무너졌다”며 “배우들에게 매번 ‘조금 더 긴장감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디렉션을 해준 배우들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고 배우들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공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영화지만 현재 남북 간의 관계는 영화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윤종빈 감독과 배우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했다.

황정민은 “이렇게 상황이 급변할 줄 몰랐다”며 “덕분에 관객들이 영화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지 않게 됐다. 나 역시 너무 안도했다. 우리 영화의 의도를 잘 볼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윤종빈 감독은 영화에 대해 “남북관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영화”라며 “이 영화를 보면서 현재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거다. 첩보극 형식의 영화이지만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고 공정과 화해를 말하는 영화다.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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