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의 주택 시장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 절벽과 가격 상승 둔화를 겪는 서울 전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신규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입주권 거래로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기존 아파트값도 따라 오르는 모습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아 직장·주거 접근성을 중요시하는 실수요를 기반으로 신분당선 연장, GTX-A 개통, 성모 병원 준공, 불광역 지구단위계획 정비 등 호재가 은평구 아파트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은평구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녹번역 인근 재개발 단지의 분양권 가격 상승이 은평구 주택시장을 이끌고 있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3호선 라인의 ‘은평구 관문’인 녹번동의 분양권을 시작점으로 은평구 전체 아파트 시세가 따라 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래미안 베라힐즈는 힐스테이트 녹번과 함께 현재 3억원께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두 단지의 분양권은 전용 59㎡는 6억4,000억원, 전용 84㎡는 7억6,000만원까지 실거래가 된 후 호가는 각각 7억원, 8억원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S공인 대표는 “신규 단지 완공이 가까워지면서 인근 북한산푸르지오까지 매수 문의가 늘고 덩달아 집값 상승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산푸르지오 전용 84㎡는 5월말 7억6,000만원의 최고가를 기록해 1월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서대문구와 가장 가까운 녹번동이 오르면서 불광동, 연신내까지 들썩이고 있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을 포함한 불광동 지구단위계획 변경의 검토가 이뤄지면서 대조, 불광5구역, 갈현1구역 재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녹번동 G공인 대표는 “녹번 재개발 분양권 상승세를 확인한 후 다른 구역 보유자들도 매물 가격을 올려 지난해 말보다 인근 재개발 구역 지분의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거래가 얼어붙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은평구의 분양권·입주권 거래도 활발하다. 6월 한 달간 서울시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 173건 중 3분의 1에 달하는 53건이 은평구에서 이뤄졌다. 분양권만 따로 놓고도 동기간 서울시 전체 94건 중 은평구만 28건 거래돼 25개 자치구 중 단연 1위다.
은평구가 수요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마포구와 서대문구 새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한 이후 인접한 은평구 아파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녹번동 N공인 대표는 “도심출퇴근자들에게 녹번동 인근 아파트는 가성비 좋은 직주 근접단지”라며 “경희궁자이 전용 84㎡ 호가가 14억원까지 올랐으니 ‘갭 메우기’ 차원에서 이곳 단지들도 10억 원까지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평구의 약점으로 꼽혔던 교통도 개선되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이 독바위역과 은평뉴타운까지 연결되고 연신내역에 GTX-A가 개통되면 강남권 접근이 편리해질 전망이다. 불광동 H공인대표는 “단점이었던 교통 문제가 해결된다는 기대감에 실거주자와 투자자 모두 관심을 갖는다”면서 “북한산현대홈타운의 경우 전용 59㎡ 호가가 5억3,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전세가는 4억원으로 아직 전세가율이 75% 수준이어서 갭투자 문의도 꾸준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분당선역이 들어오는 은평뉴타운도 시세가 움직이고 있다. 33층 고층의 랜드마크 단지인 은평스카이뷰자이 전용 84㎡가 분양가 5억6,000만원에서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오른 데 맞춰 마고정센트레빌2단지 전용 84㎡도 올 초보다 1억원 이상 오른 7억1,500만원에 지난달 실거래됐다. 이순옥 고구마공인 대표(서경부동산펠로)는 “은평뉴타운 첫 민영단지인 은평스카이뷰자이를 선두로 구파발역 주변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은평구는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도심 접근성과 신분당선, GTX-A, 성모병원 등 호재를 보고 실거주 겸 투자 목적으로 찾는다“고 전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