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우 서울아산병원 교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유아 등이 숨을 쉬는 상태에서도 흔들림 없는 진단용 심장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법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CT를 찍을 때만 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피폭 방사선량을 줄여 유아 환자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4일 구현우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팀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지멘스 헬시니어스㈜에 따르면 양측은 서로 다른 속도로 뛰는 심장과 폐가 일시적으로 함께 멈추는 순간(유아의 경우 1분에 약 20회)을 알아내 선명한 진단용 CT를 찍을 수 있게 도와주는 영상기법을 개발했다.
심장과 폐가 함께, 또는 폐가 끊임 없이 수축·이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멈추는 순간에 선명한 진단용 CT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도와주는 ‘심장박동·호흡 동조화 장치’ 등과 소프트웨어(SW)는 아직 상용화된 게 없다.
새 영상기법 개발은 양측이 지난 2009년부터 공동연구협약을 맺고 2010년부터 6년간 5세 이하 유아 870명의 심장CT 촬영 사례를 분석해 얻은 연구결과가 바탕이 됐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심장박동·호흡정보 정밀제어장치를 개발해 의료진에 제공했다.
청소년·성인 등은 3~5초 간 호흡을 멈추게 하고 찍으면 선명한 심장 CT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유아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신마취를 하거나 진정제를 투여한 뒤 CT를 찍기도 한다. 하지만 유아의 신경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과도한 진정→일시적 호흡 멈춤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 성인들은 방사선 노출 상태에서 호흡을 멈추게 하고 심장 CT를 찍는 ‘후향적 심전도 동조화(retrospective ECG gating) 기법’을 써도 되지만 피폭 방사선량이 높아 유아에겐 안전성이 떨어진다.
구 교수팀과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개발한 새 장치와 SW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방사선 피폭량에 민감하고 3~5초 간 호흡정지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유아라도 심장과 폐가 함께 일시적으로 멈추는 순간을 포착해 그 순간에만 방사선을 CT를 찍기 때문에 피폭 방사선량이 낮은 ‘전향적 심전도 동조화(prospective ECG triggering) 기법’을 쓸 수 있다.
한 유아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으려 하고 있다. /사진제공=지멘스 헬시니어스
지금은 심장이 수축·이완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멈추는 순간만 포착하는 심전도 센서 등이 달린 벨트형 장치와 SW가 개발돼 CT의 한 구성품으로, 또는 별도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검사 시간이 길고 숨을 쉴 때 영상이 크게 흔들려 유아에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구 교수는 “새로운 영상기법이 상용화되면 유아 환자 등의 선천성 심혈관질환에 대한 해부학적 진단, 심장기능 평가의 정확도와 환자 안전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어 유아를 상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폐의 기능을 CT로 정확하게 검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명균 지멘스 헬시니어스 한국법인 사장은 “이번 연구 결과의 임상적 유용성이 국제 저명 학술지에서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주요 제품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지금까지 150여편의 소아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소아영상의학계 권위자로 환자 진단·치료에 유용한 정보를 확보할 기법들을 개발해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상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소아 방사선학(Pediatric Radiology)’에 최근 발표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