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올해 상반기까지 목표한 1조원의 자본유치에 실패했다. 이랜드는 기존 투자금에 대한 투자자와 조건을 변경하고 투자유치 규모를 5,000억원으로 낮춰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윤주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하고 “투자 조건 중 하나였던 5,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없애고 거래구조를 단순화해 해외 투자자 중심으로 투자 유치를 재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부터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오너일가 지분을 담보로 1조원의 투자를 추진했다. 투자 구조는 후순위 2,000억원, 전환우선주(CPS) 형식의 중순위 3,000억원, 선순위(인수금융) 5,000억원으로 구성했다. 후순위 투자자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중순위 투자자 메리츠그룹 등 5,000억원까지는 성공했으나 투자자 간 이견이 발생하며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랜드그룹은 메리츠그룹 투자금 3,000억원을 갚는 것을 포함해 다시 투자 유치를 벌였지만 투자조건을 둘러싸고 투자자 간 이견이 생겼고 이랜드그룹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랜드그룹은 그밖에 비주력 사업이나 부동산 자산매각을 통해 4,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기존에 메리츠그룹으로부터 조달해 활용하던 3,500억원의 담보부사채는 금리를 7.8%에서 9%로 올리되 500억원을 추가하고 만기를 연장해 그룹에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 유치 실패로 당장 시장의 신뢰가 떨어진 점 이외에 기존 투자금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달라진 투자구조에서도 계속 투자를 유지할지 불확실하다. 메리츠그룹이 투자한 3,000억원은 전환우선주 형태여서 이랜드그룹이 상환할 권리가 없으며 새로운 투자자에게 넘겨야 한다. 이와 별개로 금리를 높인 담보부사채 역시 이랜드그룹에는 부담이다. 메리츠그룹은 이랜드의 유휴 부동산 개발도 검토했으나 시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윤주 CFO는 “처음 자본유치를 추진하던 지난해보다 영업이익 등 그룹 재무상황이 나아졌고 인수금융을 없애면서 해외투자자들의 투자 가능성을 높였다”면서 “계열사 상장도 차질없이 진행해 중장기 자본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