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 이종장기 개발, 동굴 아닌 터널 공사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임기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최근 한 장기이식 대기자로부터 바이오 이종장기 개발에 대한 격려와 독려의 연락을 받았다.

문의하신 분께는 여러 산학연 소속 연구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바이오 이종장기 청사진을 기반으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을 드렸다.

지난달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3만3,000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약 10% 정도만이 장기이식을 받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장 등 일부 장기는 이식을 위해 7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식생활 변화로 인한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 증가와 기대수명 연장 등의 상황과 맞물려 장기부전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4년 전 세계 인구의 8.3%인 약 3억8,700만명이 당뇨병 환자로 추산되고 있으며, 매년 약 490만명의 환자가 당뇨병으로 사망한다.


이러한 심각한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인공장기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인공장기는 돼지 등의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바이오 이종장기, 세포 및 생체 조직 등을 활용한 세포 기반 인공장기, 바이오 및 전기·기계를 이용한 전자기기 인공장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 중에서 바이오 이종장기의 경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바이오 이종장기용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개코원숭이 에 이식하여 최장 945일 생존한 것이 보고됐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각각 바이오 이종장기용 돼지에서 나온 각막과 췌도 세포의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바이오 이종장기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마리의 돼지로부터 심장, 신장 등의 고형장기뿐만 아니라 각막, 췌도 세포 등 거의 모든 조직 및 세포까지 다 사람에게 이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추진한 ‘2017년도 기술영향평가’에 바이오 인공장기를 선정했다. 농촌진흥청은 국립축산과학원을 중심으로 바이오 이종장기용 형질전환 돼지 개발 및 활용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을 확보한 상태이며, 이를 통해 ‘지노’ ‘믿음이’ ‘소망이’ ‘사랑이’ 등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 이종장기용 돼지를 개발한 바 있다. 특히 췌도 세포와 각막 이종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를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더 긍정적인 부분은 국내 축산전문 기업들에서 바이오·의료소재용 돼지의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바이오 인공장기 성공의 걸림돌은 많은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하는 연구 이외에도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적인 부분은 국가의 연구 지원 하에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고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첨단 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의 법안이 통과돼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바이오 이종장기 개발은 나아갈수록 어두워지는 동굴이 아닌 반대편의 빛을 향해 나아가는 터널 공사와 같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췌도 세포, 피부, 각막 같은 세포와 조직은 비교적 빠른 시일에 활용이 가능한 짧은 터널과 같고, 심장, 폐, 신장 등의 고형장기는 더디지만 안전하게 뚫어야 하는 긴 터널과 같다. 빛이 있음에 희망이 있는 바이오 이종장기 개발이라는 터널 공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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