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락가락 지주사 정책, 기업만 멍들게 할 뿐이다

정부가 결국 지주회사 규제방안을 내놓을 모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대기업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와 출자현황을 공개하면서 내부거래로 손쉽게 이익을 챙기는 등 현실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주사가 계열사를 상대로 컨설팅 수수료까지 챙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주회사 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설립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유도해왔다. 대부분의 그룹사가 수조원의 비용을 들여 지주사 전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반대의 정책을 들고 나오니 기업들로서는 헷갈리게 마련이다. 지주사의 브랜드 수수료 역시 해외에서는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은데다 요율도 오히려 우리가 낮은 편인데도 문제를 삼으니 기업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올바른 지배구조 방식을 놓고 소모적인 공방이 이어지는 것이나 지주회사에 과도한 자금 부담을 안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여당 안대로 손자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20~40%에서 30~50%로 올릴 경우 자회사 지분 확보에만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못해 자회사를 매각하는 것도 지배구조나 자회사의 안정성을 뒤흔들 우려가 크다. 기업들로서는 자회사 지분 확보에 매달리느라 신사업 진출은커녕 일자리 창출 여력도 급격히 고갈될 우려가 크다.

공정위는 6일 열리는 공정거래법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개편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주사 개편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에 큰 부담을 안겨주는 만큼 신중하게 처리돼야 마땅하다. 청와대는 엊그제 정부 인사들이 기업인과 자주 만나 애로사항부터 해소하라고 주문했다. 일자리 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섣부른 지주사 규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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