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제주 입도세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일 때 샐러리맨 사이에서는 이럴 때 제주도에 가야 본전을 뽑는다는 말이 번졌다. 중국 관광객들이 줄었으니 제주도에 가면 사람 대접 받고 돈 값어치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80% 급감했으나 내국인 관광객은 10% 늘어났다. 바람과 여자·돌이 많다고 해서 ‘삼다도’로 불리는 제주도가 외지인 홍수로 교통과 환경·주택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도둑과 거지·문이 없다는 ‘3무의 섬’이 넘쳐나는 관광객에 ‘3난의 섬’이 된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1,300만명을 웃도니 오죽할까. 순 전입인구가 월평균 1,000명을 넘는다. 제주에서 3~6개월 살기를 버킷리스트에 담는 것이 요즘 제법 유행이다.




제주도가 일명 ‘입도세’를 걷겠다고 나섰다. 민선 7기 자치단체가 출범한 지 이틀 만이다. 공식 명칭은 환경보전기여금. 외지인 때문에 초래된 환경오염 비용을 원인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입도세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주가 1급 신혼여행지였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강신익 도지사는 관광객 1인당 1,000원의 입도세를 부과하겠다며 지방세법 개정을 요청했지만 내무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2014년에도 환경기여금 명목으로 항공기와 선박 이용료의 2%를 걷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입도세의 원조는 강원도다. 1990년대까지 피서지로 단연 1순위였으니 지금의 제주도와 사정이 다를 바 없다. 피서철마다 홍역을 앓은 강원도는 2004년 입도세를 지방세법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원도로 들어오는 길목마다 통행세처럼 받겠다는 구상인데 중앙정부가 수용할 턱이 만무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관광세 부과에 혈안이다. 미국과 일본은 호텔에 묵을 때 붙는다고 해서 호텔세 또는 숙박세로 부른다. 지구온난화로 국토가 바다에 잠길 위기에 처한 몰디브는 환경세를 매긴다. 뉴질랜드는 내년을 목표로 관광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 입도세는 숙박비와 전세버스·렌터카 사용료에 일정액을 부과하는 방식인데 1인당 8,170원쯤 되니 논란이 없을 수 없다. 차라리 해외여행이 낫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판국 아닌가. 명분은 이해되지만 관광객의 호주머니 사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 /권구찬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