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영화에 상영 기회가 쏠리는 이른바 ‘스크린 독과점’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스크린 점유율 규제를 도입한다. 무료초대권 남발 같은 영화계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영화계 일각에서 스크린 독과점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해온 ‘배급·상영 겸영’ 금지에 대해선 한발 물러섰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크린 독과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런 내용의 규제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특정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제 △복합상영관이 상영해야 하는 영화의 편수 또는 독립·예술영화의 상영비율의 하한을 정하는 하한제 △상·하한 복합 규제를 두고 각각의 규제 효과·영향을 분석 중이다. 규제 비율은 스크린 수뿐 아니라 좌석 수·상영회수 점유율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정할 방침이다.
다양성 영화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에 따라 현재는 하한제나 상·하한 복합 규제가 힘을 받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제작사·현장스태프·상영사 등 영화계 내부에서도 각각 입장이 달라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내부 분석이 마무리되면 의견 수렴 대상을 넓혀 공청회를 개최하고 올해 안에 규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영사의 초대권 남발이나 상영비용 전가, 정산 지연 같은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현재 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동반성장이행협약의 강제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동반성장협약에 대한 지원·제재규정이나 불공정행위 처벌규정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에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겸영을 금지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영화제작업계와 군소 상영사 등은 스크린 독과점을 포함한 영화계 불공정 관행의 원인으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꼽고 배급·상영 겸영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화산업 매출의 80% 이상이 극장에서 나오는데 겸영을 금지하면 대기업 입장에선 투자·배급사를 처분하고 상영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그때는 해외 배급사에 한국 영화산업이 잠식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도 “흥행성 높은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높은 것은 체인극장과 대기업 배급 영화뿐 아니라 독립극장·해외 직접배급영화도 마찬가지”라며 “스크린 독과점은 수직계열화보다는 산업영화에 경도된 한국 영화시장의 현실 때문”이라며 배급·상영 겸영 금지가 스크린 독과점의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