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퇴직연금의 미래를 대비하자

채승훈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 부장


지난 2005년 퇴직연금제도 시행 후 13년이 흘렀다. 퇴직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의 규모가 168조원에 이르는 등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 제도가 안착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퇴직연금의 낮은 운용수익률로 연금수급권 및 소득대체율이 낮아진 탓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시점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연금수급권 약화와 소득대체율 부족의 주요 원인은 기업과 근로자의 역량 부족 및 무관심이다. 확정급여형(DB형)의 경우 적립금 운용권이 있는 기업은 적립금 운용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기에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하다. 결국 ‘적립금운용계획서 없는 운용→리스크 없는 원리금 보장상품 선택→저금리 상황에서의 수익률 저하→연금부채 부담’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확정기여형(DC형)을 운용하는 근로자는 운용 역량이 부족하고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이 타인이 운용해주는 상품으로 여겨 자신의 소중한 노후소득을 방치한다. 이로 인해 ‘운용 역량 부족 및 투자자문제도의 부존재→운용 지시 없을 경우 자동 선택되는 원리금 보장상품 편입→저금리 상황에서의 수익률 저하→수급권 악화 및 소득대체율 저하’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후소득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마땅한 노후 일자리가 부족해 연금은 근로자들이 퇴직 후 기댈 마지막 보루다. 이처럼 중요한 노후연금 확보를 위해 그 중심축인 퇴직연금에 대해 아래의 세 가지를 제안하려 한다.

첫째, DB형 퇴직연금에는 적립금운용계획서 활용이 요구된다. 적립금운용계획서를 통해 확립한 합리적인 운용기준을 토대로 수익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DC형 디폴트옵션 제도가 필요하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상품을 자동으로 선정·운용해 개인의 부족한 운용 역량을 보완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퇴직연금을 일부 방치해도 연금사업자의 전문성으로 연금자산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야 한다. 연금자금을 노사 협의로 운용하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중소기업이 공동기금(연합형 구조)을 구성해 연금자산을 운용하면 그간 연금시장에서 소외된 중소기업 근로자도 전문적인 노후소득 보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근로자 스스로 자신의 퇴직금 운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은퇴 준비는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 본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퇴직금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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