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주력업종 정밀진단 ③스마트폰] OS개발·AI기반 혁신서비스 나서고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신시장 창출을

■전문가들이 본 휴대폰산업 해법
사업 성패 마지막 보루는 유럽
기술 개선해 中업체 따돌려야
교체 주기 짧아 판매 확대보다
비용 관리 전략 짜는 것도 대안


“삼성전자(005930)나 LG전자(066570)가 스마트폰 시장을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화웨이 등 중국 대형 업체를 따돌릴 차별화 전략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도체나 바이오 산업에 엄청난 규모의 돈을 쏟았듯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국내 1호 ‘컴퓨터 박사’인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를 향해 이같이 조언했다. 문 교수는 “중국이나 인도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신흥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점유율이 1% 미만이라는 발표도 나오는 실정”이라면서 “이 정도면 거의 궤멸적인 수준인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대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반전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꼽았다. 문 교수는 “삼성그룹의 최근 행보는 반도체나 바이오 산업 등 바로 돈이 되거나 신수종 사업에 ‘올인’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운영체제나 자체 플랫폼(기반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SW) 부문에도 이 정도 수준으로 투자했으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문 교수는 이어 “지난 7~8년 동안 구글의 의존도를 줄일 기회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 충분히 있었는데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폴더블(접을 수 있는) 기기’ 또는 인공지능(AI) 등 SW 기술 강화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9만 봐도 카메라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일부 개선된 점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용자의 관심을 확실하게 끌려면 ‘폼 팩터(하드웨어 구성)’를 완전히 바꾼 폴더블폰 출시밖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AI 플랫폼(기반 서비스)인 ‘빅스비’를 보면 작동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면서 “하드웨어 기능 개선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처럼 실시간 번역 기능을 내놓는 등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보루를 유럽 지역으로 봤다. 문 교수는 “유럽 시장이 북미 시장과 규모가 비슷한데 여기에서도 중국 업체에 밀리면 3~4위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라이스의 올해 1·4분기 유럽 시장 스마트폰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1,5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4% 감소했다. 화웨이는 740만대의 출하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 유럽 지역의 1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비용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성능의 차별화가 없는 지금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 국내 스마트폰 업체가 당장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힘들다”며 “차라리 비용 관리에 역점을 두고 경영 전략을 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이경운기자 mingu@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