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규제해결 끝장 캠프-의료기기 분야’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홍 장관은 “이번 토론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옴부즈만 규제DB에 등록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며 “혁신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발굴해 분야별 끝장캠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신제품을 개발하고 판로 확대에 신경 써도 모자를 판에 규제와 싸우다 보니 규제 전문가가 돼 버렸습니다”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 ‘휴이노’ 길영준 대표)
“전 세계에서 3개 업체만 보유한 기술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질 못해 팔 수가 없습니다” (점자 스마트 워치 ‘닷’ 신혁수 부장)
중소벤처기업부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제2차 의료기기 분야 민관합동 규제해결 끝장 캠프’에 참석한 중소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은 창의적인 의료기기를 만들어 놓고도 인증절차가 없거나 까다로운 규제 탓에 제품 출시·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규제해결 끝장 캠프는 여러 부처에 중첩적으로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규제를 업종·분야별로 모두 모아 민관합동 토론을 거쳐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4월 개최된 제1차 스마트 e-모빌리티분야 끝장캠프에서는 현장에서 즉석 건의한 과제를 포함하여 8개과제를 대상으로 열띤 토론을 벌였고 이 있었고, 개인형 이동수단(PM) 도시공원 출입허용 등 7개 과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도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기기 스타트업 대표들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도 기존에 없던 제품이라는 이유로 인증을 받지 못해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이노는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손목시계를 만드는 업체다.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심장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하지만 휴이노의 제품을 시중에 팔기 위해선 의료기기 제조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그 전에 규격에 맞는 시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웨어러블 기기임에도 대형 병원의 심전도 측정기기에 준하는 시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식약처 산하 시험기관의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심장충격기의 고전압을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휴대용인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엔 지나친 면이 있다”며 “미국에선 유사한 제품이 식품의약처(FDA)의 인증을 받고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나스닥에도 상장돼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사업을 할 수 없는지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 대표는 “규정이나 제도를 한번에 모두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며 “기술 변화에 따라 흐름을 맞춰가면서 기존 규제를 유연하게만 적용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규제해결 끝장 캠프-의료기기 분야’에 참석해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전동키드가 장착된 휠체어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의료기기 등록 품목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있었다. 신혁수 닷 부장은 “기존의 스마트워치용 점자 부품보다 크기와 가격, 무게를 10분의 1로 줄인 제품을 개발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의료기기로 인정받질 못해 품목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독일과 일본 두 곳 만이 만들 수 있을 만큼 기술장벽이 높은 제품인데 한국에선 판매조차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는 시각 장애인들이 우리 제품을 사고 영수증을 정부에 제출하면 75%를 환급해주고, 영국은 100% 지원해준다”며 “복지부에 품목 등록 개설을 요청했더니 개설 명분과 함께 근거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하더라. 신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힘을 낼 수 있게 국내 판로 개척을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료기기 변경 인·허가를 받을 경우 기존 제품은 판매를 할 수 없어 기존 제품의 유통과 유지 보수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경 인·허가를 받더라도 일정기간은 기존 제품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허가 변경사항이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 본 뒤 판매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의료기기 폐기물 부담금 감면대상 확대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멸균·분쇄시설 설치 허용 등과 같은 요구사항도 잇따랐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폐기 의무가 부과된 플라스틱 의료기기 9종(1회용 주사기, 수액세트, 혈관내 튜브·카테터 등)에 대해선 제조업자는 폐기물 부담금이 면제된다. 업계에서는 의료기기는 종류가 많고 제품 사용용도에 따른 처리 방법이 다른 만큼 새로 개발되는 의료기기 제품에 대해 부담금 면제가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장식으로 전환해달라고 주장했다. 의료폐기물은 소각처리 방식보다 멸균·분쇄처리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만큼 교육환경보호구역내에 멸균·분쇄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중소 의료기기 업체 대표들은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연구에 소요되는 비용을 큰 만큼 임상연구를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이번 토론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옴부즈만 규제DB에 등록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혁신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발굴해 분야별 끝장캠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