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수근 설계 '강남 랜드마크' 최고 37층 복합시설로 바뀐다

'르네상스 호텔 부지' 이지스자산운용서 2조에 매입
1988년 올림픽 열린 해 개관
정치·기업인 등 사랑방 역할
모기업 삼부토건 위기에 매물로
오피스·호텔·상업시설 재개발

르네상스 호텔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인 고(故) 김수근 씨의 유작으로도 유명하다. 이 호텔은 김수근 씨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85년 병상에서 스케치한 마지막 작품 중 하나다. 이번에 이지스자산운용이 2조원에 인수한 부지에는 옛 르네상스호텔뿐만 아니라 1992년에 준공된 삼부 오피스 빌딩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삼부 오피스 빌딩은 김수근 씨에 이어 건축사무소 ‘공간(空間)’을 이끌었던 2대 대표이자 그의 제자인 고 장세양 씨가 설계한 건물이다. 또 언주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맞은편에는 김수근 씨의 제자인 승효상 씨가 설계한 ‘서울상록회관(1991년 준공)’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르네상스호텔과 삼부 오피스 빌딩, 서울 상록회관의 외관 모서리는 모두 곡선으로 통일된 건축 양식을 지니고 있다.


과거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37에 위치했던 르네상스 호텔 /사진=서울경제DB

19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개관한 르네상스호텔은 한때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다. 특히 멤버십으로 운영된 스포츠센터는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직 장·차관, 정·재계, 법조계 인사 등 상당수가 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르네상스호텔의 명성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퇴색됐다. 모기업인 삼부토건이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매물로 나온 이후 수차례 매각이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르네상스호텔은 2013년 5월 이지스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호텔 노조가 투자자를 압박하면서 자금 모집에 실패했으며, 2014년 KB금융그룹, 2015년 부동산 디벨로퍼 엠디엠(MDM)이 인수에 나섰으나 모두 무산됐다. 이후 2015년 말 공매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면서 최초 1조 8,370억원으로 공매를 시작했으나 10회차(공매가 7,500억원)까지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2016년 재공매를 실시했으며, 마지막 공매에서 VSL코리아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부침이 심했던 르네상스호텔은 이제 강남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르네상스호텔은 2016년 10월 호텔 운영을 중단하고, 현재 개발사업이 한창이다. 대지면적 1만 8,457㎡에 오피스 17만 590㎡, 상업시설 2만 3,109㎡, 호텔 4만 5,068㎡ 총 연면적 23만 8,768㎡, 지하 7층~지상 35층, 37층 건물 타워 2동을 짓는 대규모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르네상스호텔이 사라진 자리에는 국내외 대형 호텔 체인 중 한 곳이 5성급 호텔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예정일은 2020년 9월이다.
준공 후 조감도

르네상스호텔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의미가 큰 프로젝트다. 오피스·호텔·상업시설이 결합된 대형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지난 2016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와 파크원, 신도림 디큐브시티 정도다. IFC는 글로벌 대체투자 1·2위를 다투는 운용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지난 2016년 말 2조 5,000억원에 사들였으며, 파크원은 NH투자증권 등 NH농협금융 계열사들이 투자했다. 또 디큐브시티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있다. 이를 감안하면 르네상스호텔 프로젝트에도 유수의 국내외 큰 손들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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