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6일 평양의 백화원영빈관에서 김영철(오른쪽)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고 믿지만 아니라면 다른 길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핵화 후속 협상을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평양 방문을 앞두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몬태나주 그레이트폴스로 이동하던 중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을 믿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북한의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는 게 진실이기를 바란다”면서도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길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은폐 가능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 보자(We’ll see)”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다른 길’이란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일 경우 미국은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와 북한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방북을 앞두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FFVD를 향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이 계속되기를 고대한다”며 김 위원장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평양의 백화원영빈관에서 2시간45분간 회담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후 트위터를 통해 “첫날 회담을 방금 마무리했다. 우리 팀의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3주, 나의 팀은 대화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미국 ABC 방송의 타라 팔메리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음 회담은 7일 오전9시에 열릴 예정이고 추가 회의는 좋은 신호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북미 고위급 협상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시점은 거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핵 사찰·검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리스토퍼 포드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 및 비확산 차관보가 이날 오스트리아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방문해 아마노 유키아 사무총장과 회담하면서다. 표면적인 의제는 이란 핵협상이지만 이 자리에서 북핵 사찰과 검증에 대한 논의 또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도통신은 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스위스 베른·제네바·다보스 등에서 회담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북미 관계 정상화를 대비하려는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 미국 기자단 6명이 동행하면서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5월 방북했을 당시에도 2개사 기자들이 함께 북한에 들어가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 과정을 보도한 바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