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하 ‘랜선라이프’) 첫 회에서는 1인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의 하루가 공개됐다.
/사진=JTBC
1인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직접 기획 및 제작하고 출연과 유통까지 스스로 하는 창작자. 수백, 수천만 명의 크리에이터 중 상위 1%를 차지하는 이들의 수입은 ‘억’소리가 나왔다. 구독자 170만 명을 가진 게임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연간 17억, 먹방 크리에이터로 250만 명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밴쯔는 10억을 벌었다. 18년차 토크 크리에이터 윰댕은 4~5억,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은 10억 원이었다.
먼저 밴쯔의 일상부터 들여다봤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 끼에 많은 양을 먹는 그는 방송하는 2시간을 위해서는 22시간을 달려야했다.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방송 외의 시간은 끊임없이 운동하고, 다이어트 식단을 챙겨 먹는 등 노력이 엿보였다.
이날 방송을 위해서 대형마트를 찾은 밴쯔는 혼자서 꼬치 25개 구입하는 등 장을 보는 데만 13만이 넘게 지출했다. 집에 와서는 족발, 마늘족발, 불족발을 대자로 시키고 양장피와 햄버거 3개까지 추가로 시켰다.
언어적 한계가 없는 먹방의 특성상 밴쯔의 구독자 중에는 외국인도 많았다. 밴쯔는 단순히 많이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양장피에 족발을 넣어 ‘족장피’를 만들거나, 마늘족발과 막국수를 섞어먹는 등 본인만의 먹방 노하우를 방출했다.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군침이 돌만한 먹방이었다.
부모님은 그런 밴쯔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그러던 중 아들에 대한 악플을 발견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욕하지 말라고 채팅을 남겼고, 어머니는 이것이 또 피해가 될까 말렸다. 처음 이 모습을 보게 된 밴쯔는 “일자리에서 혼나는 걸 보이는 느낌이다. 죄송하다”며 먹먹한 표정을 지었다.
부부인 대도서관과 윰댕은 같은 집, 다른 방에서 동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토크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윰댕은 이날 상담 방송을 했다. 시청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공감했으며, 혹시 난감하거나 본인도 잘 모르는 질문일 경우에는 다른 시청자들에게 답을 구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난 2016년 신장 이식 수술을 한 윰댕은 “집에 생활비를 보내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방송을 안 할 수가 없어서 약을 먹으면서 방송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루가 다르게 부어가는 얼굴에 성형했냐는 말을 들었다”며 “방송 킬 때마다 도살장 끌려가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깊이 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윰댕이었다.
대도서관은 게임을 하면서 마치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진행을 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상황에 빠져들게 설명을 하면서 셀프 효과음을 내고 더빙까지 했다. 이날 공포 게임을 진행했는데, 지켜보는 이영자와 김숙도 게임에 빠져들어 “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새벽이 될수록 시청자는 더 늘었고, 장장 4시간에 걸친 방송은 새벽 2시쯤에서야 끝났다.
부부는 새벽 2시 30분에야 밥을 먹으러 근처 식당을 향했다. 대도서관은 윰댕을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며 “진짜 여신 같았다”고 말했다. 긴 시간동안 대도서관이 호감을 보였고, 윰댕은 자신의 건강 때문에 거절하다가 결국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부부가 된 것. 대도서관은 “윰댕의 아픈 곳까지 포함해서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밴쯔는 “크리에이터로서도 존경스러운데 남자로서도 존경스럽다”고 감탄했다.
/사진=JTBC
씬님은 뷰티 크리에이터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매우 털털한 하루를 보여줬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씻지도 않고 얼굴만 스킨으로 정리했다. 씬님은 “건성이기 때문에 천연 피지를 매일 닦으면 더 건조해진다”며 “토너로 먼지만 닦아내고 출근한다”고 깨알 꿀팁을 전했다.
씬님은 친동생, 사촌동생 등 여러 명과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 콘셉트는 원 브랜드 메이크업. 하나의 브랜드에서만 제품을 구입해 베스트 제품으로 화장을 완성하는 것. 사비로 구입한 만큼 솔직한 리뷰가 특징이었다.
화장품 고르는 데만 2시간이 걸렸고 총 114만원이 넘게 지출했다. 씬님은 2시간 반이 넘게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지우면서 정확한 발색과 사용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5시간이 넘게 촬영해 결국 새벽 2시 반이 돼서야 끝났다. 다른 직원들은 다 퇴근한 시간에도 씬님은 남아서 후시 녹음을 위한 대본 작성을 했다.
제작진은 앞서 “이들이 쉽게 돈 버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분명히 있는데 단순히 쇼맨십을 가지고 있는 출연자가 아니라 기획자의 면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이들을 이해 못하는 세대에게 멋있는 철학을 보여주고 이들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뒷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재미를 주고 싶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기획한 바가 정확히 드러났다. 평소 콘텐츠를 즐기던 시청자는 이들의 화려한 방송 뒤에 숨겨진 비하인드를 알고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며, 이들에 대해 잘 모르던 시청자들은 방송을 직접 기획, 제작하는 일이 마냥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