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품점 구경할 때 저의 표정...
얼마 전 서울 퇴계로를 지나쳤습니다. 다른 일로 근처에 갔다가 쓱 훑어보자 싶어서 갔는데, 오토바이 가게들이 문을 닫을 시간이 거의 다 되기도 했고 빗방울도 조금 떨어져서 그런지 참 썰렁하더군요.
왠지 짠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오두바이’하면 퇴계로였는데 말입니다. 조금 알아봤더니 퇴계로는 이미 1970년대쯤부터 모터사이클 시장의 중심지였더군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자전거 판매점이 많았지만 경제 사정이 좀 더 나아진 70년대부턴 바이크 판매점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때 바이크나 부품, 용품 판매점이 60곳이 넘을 정도로 번창했다더군요. 중고 바이크를 사려면 다들 퇴계로로 갔겠죠. 예전에 ‘게임 산다’ 하면 용산을 찾았던 것처럼요. 하지만 바이크 시장은 자동차 시장에 밀려났고,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중고 바이크까지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옛날의 퇴계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저도 헬멧이나 장갑 같은 걸 살 때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을 먼저 찾아보긴 합니다. 그런데 직접 가서 만져보고 써보고 전문가의 추천도 들어보고 세일 상품을 득템하는 재미는 온라인으로 대체가 안 됩니다. 그래봤자 국내에 여성용 제품은 심하게 종류가 적어서 한계가 있지만요. 재킷이고 부츠고 정말 종류가 적어서 비슷한 차림새인 분들 많이 마주칩니다.
그래서 저는 해외에 나갈 일이 생기면 꼭 현지 용품점을 찾아갑니다. 가장 최근에 간 곳은 오사카의 ‘남해부품’과 니린칸(이륜관). 먼저 오사카 중심부에서 전철로 30분쯤 가야 하는 니린칸 스미노에 지점(스미노에코엔 역)을 먼저 갔는데, 역시 헬멧 장갑 재킷 등 보호장구에다가 각종 부품, 커스텀 용품, 각 제조사별 굿즈까지 별별 게 다 있습니다.
겉에서 보고 ‘좀 작네’...싶었던 니린칸 스미노에 지점. 하지만 내부는 역시 넓은 편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가와사키 색이네요...??
니린칸 스미노에 지점 내부.
그래도 성이 좀 덜 차서 결국 오사카 시내의 남해부품(우메다역이나 기타신치역 근처)까지 찾아갔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 갈 때마다 니린칸, 라이코랜드, 냅스(NAPS) 같은 대형 모터사이클 용품점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제 좀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맨 처음에는 진짜 눈이 돌아갔었거든요.
남해부품에 가보니 ‘굳이 스미노에까지 갈 필요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물 2~4층에 온갖 제품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거든요. 불가항력적으로다가 지갑을 열게 됩니다.
비옷(오른쪽)만 해도 종류가 참 많아서 부러웠습니다.
역시 어딜 가도 성에 안 차는 여성용 제품 코너. 그래도 꾸역꾸역 뭔가 찾아내서 사긴 합니다만ㅠㅠ
헬멧 사야되는데…쇼에이나 아라이 중에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몇달째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남해부품의 층별 안내. 본점이 있고 바로 옆에 ‘PIT관’에서는 각종 파츠류 판매&정비 서비스 등을 제공합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오사카 용품점 얘기로 빠졌는데(…) 전세계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대형 모터사이클 용품점, 혹은 한국의 퇴계로 거리 같은 바이크 거리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해 갔던 파리의 퇴계로(두유바이크 41회 클릭)는 환율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없어서 그랬지 구경하기는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당시에는 한국에 정식 진출하지도 않았던(현재 7/11 공식 런칭 예정) 트라이엄프 매장이 막 떡하니 있고 그랬거든요. 가죽재킷을 사고 싶었는데 여성용은 원하는 디자인&사이즈가 없어서 장갑만 하나 사오고 말았지만요.
파리의 추억=트라이엄프 매장
파리의 퇴계로는 ‘아브뉘 드 라 그랑드 아르메(…)’라는 어려운 이름의 거리인데, 지하철 Argentine역으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곳은 어떻게 찾아가느냐! 주위의 전문가를 착취(?!)하는 게 가장 좋지만 주위에 전문가가 없다면 일단 검색을 해봅니다. 네이버 최대 바이크 동호회에서 ‘오사카 용품점’ 같은 검색어로 찾아보시길. 일본 정도면 가본 분들 후기가 넘쳐납니다. 그런데 남들 잘 안 가는 동네라면 구글에 물어봐야 됩니다. 예를 들어 런던은 남들도 많이 가긴 하지만 런던의 바이크 용품점 후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구글맵에서 ‘motorcycle accessories london’ 정도로만 검색하셔도 화면이 나옵니다.
로얄 엔필드 컨셉 스토어라니...ㅠㅠ
뉴욕(못가봄...ㅠㅠ)도 같은 방법으로 검색했더니 로워 맨해튼 쪽에 할리, 두카티, 베스파 매장과 용품점이 뜨더군요. 정말이지 가보고 싶습니다. 잘 안 나온다 싶으면 ‘BMW Motorrad+지명’, ‘Ducati+지명’으로도 검색해 보시길. 그리고 이탈리아 가실 일 있으시면 다이네즈, 알파인스타즈 아울렛이 있다고 하니 저 대신 꼭 득템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여기서 돈 열심히 벌어야겠단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그런데 열심히 한다고 돈이 많이 벌어지는 걸까요???!!!
현대사회의 모든 직장인들이라면 반드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물음을 괜히 다시 던져보고, 저는 이만 왠지 슬픈 기분으로 사라지겠습니다. 다음 회에 다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