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작업기억력 문제에 주의 기울여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주로 소아의 발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ADHD 관련 질환으로 그 치료제를 처방 받는 성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비단 아동만의 질환이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아동기에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절반가량에서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성인 ADHD는 집중력 저하로 인하여 시험, 중요한 발표, 업무 처리 등 학업 및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성인기 ADHD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기억력이 급속히 저하된다는 것이다. 특히 업무에 있어 중요한 작업기억력의 저하는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작업기억력이란 복잡한 인지적 업무들을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일시적인 정보의 저장과 관리를 도와주는 일종의 단기기억이다. 일반적으로 수 초 동안 보관되며, 지시사항 기억, 문제해결, 충동억제, 주의집중과 같은 다양한 과정에 개입된다.
워킹맘 지은씨(가명)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데, 상사의 지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고, 읽기 능력에도 문제가 생겨 문서 한 장을 읽는 데 20분이 널리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말한다. 지은씨는 처음에는 출산으로 인한 증상일 것이라고 간단히 넘겼지만, 일 년이 넘도록 증상이 계속되고 오히려 심해지면서 관련 센터를 방문했다.
수인재두뇌과학 분당센터 이슬기 소장은 “작업기억력은 일종의 단기기억으로 무의식적 기억으로 보면 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뇌는 필요한 정보를 잠깐씩 저장한다. 예를 들어 글을 읽을 때 앞 문단의 내용을 잠시 기억하여 다음 문단의 내용과 조합한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기억·처리된 정보는 결국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정보가 되며, 이때 사용되는 것이 작업기억력이다”라고 설명한다.
ADHD와 마찬가지로 작업기억력의 저하도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우리 뇌의 해마는 학습과 기억과 관련 있는데, 스트레스로 해마가 지속적인 자극을 받을 경우 기억 관련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성인 ADHD의 경우 주의력, 충동성의 증상뿐 아니라 우울, 중독 등 다양한 형태의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슬기 소장은 “많은 성인 ADHD 환자들에게서 작업기억력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성인 ADHD만의 문제가 아니며, ADHD 아동 중에서도 약 70% 이상에게서 작업기억력 문제가 있다. 따라서 부주의, 충동성뿐만 아니라 작업기억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ADHD 비약물 치료에는 뉴로피드백 훈련이 있다. 뉴로피드백은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 불필요한 뇌파를 억제시켜 자기조절력을 향상시키는 두뇌훈련법이다.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훈련할 경우 신경가소성원리에 의해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한번 배우고 나면 다음부터는 쉽게 탈 수 있는 원리와 같다. 뉴로피드백은 NASA와 UCLA 대학교 스터먼 박사팀에 의해 최초 소개된 이후 다양한 임상을 거쳐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등 전문기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ADHD 비약물 치료법으로는 호흡 바이오피드백이 있다. ADHD 환자의 대부분 잘못된 각성체계로 인해 쉽게 흥분하고 집중이 흐트러지는데, 호흡바이오피드백은 자율신경계를 안정화시켜 흥분을 억제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작업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전산화 인지훈련이 있다. 위치기억, 안면기억, 단어기억, 그림기억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작업기억 훈련이 가능하다. 사전 평가를 통해 부족하거나 문제되는 부분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이 이뤄진다.
두뇌훈련 전문센터 수인재두뇌과학은 종합적인 검사를 통해 아동의 증상에 따른 개인별 맞춤 훈련 프로그램 수립, 정기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또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언어와 사고’ 실험실과 연구협력을 통하여 ADHD, 난독증, 자폐증 등의 신경질환의 개선을 위한 뉴로피드백, 바이오피드백, 컴퓨터기반 인지훈련, 감각통합 훈련, 청지각 훈련 등의 다양한 두뇌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수인재두뇌과학은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TV를 통해 다양한 육아 및 두뇌질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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