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구 둘 중 하나에는 1~2인만이 사는 시대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에 조사해 지난 3일 공개한 ‘2018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1~2인 가구 비율은 54.7%로 전체 가구 수의 절반을 넘었다. 특히 1인 가구의 비율은 2005년 20.4%에서 2016년 30.1%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머지않아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의 절반이 넘는 날이 올 것 같다. 서울 시민의 주택 점유 형태는 자가 42.1%, 월세 31.2%, 전세 26.2% 순으로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자가 비율은 2.5%포인트 줄고 월세 비중이 10.8%포인트 증가했다. 세대별 주택 점유 형태를 보면 30대 가구주의 월세 비중은 43.5%에 달해 40대(24.4%), 50대(20.2%), 60대(23.1%) 등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숫자는 서울의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주거난이 과거에 비해 심각해졌음을 보여준다.
취업은 어렵고 아르바이트로는 정상적인 삶이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지 오래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의 ‘3포’, 그에 더해 집·인간관계까지 포기했다는 ‘5포’,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지옥에 비유했다는 ‘헬조선’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싼 주택을 얻기 위해 서울 시내 ‘지옥고(지하 방, 옥탑방, 고시원)’를 전전하거나 1시간 반 이상의 출퇴근을 감수하며 서울 외곽의 위성도시로 탈출을 감행한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앞으로 5년 동안 24만가구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한다. 그동안 지어온 공적임대주택의 물량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을 단기에 내놓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만5,000가구는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청년세대에게 간다. 이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드리고자 ‘청·신·호(청년·신혼을 위한 집(戶)) 콘서트’라는 이벤트도 여러 차례 진행한 바 있다. 이게 희망고문이 아님을 알렸고 하루라도 빨리 청신호를 퍼뜨리고자 노력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 5년 동안 공적임대주택 14만5,000가구를 공급한다고 해도 청년세대의 주거난을 해결하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러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추가 공급방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시간도, 비용도, 집을 지을 공간도 여의치 않음은 물론이다. 며칠 전에는 축구 경기를 보면서 계속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상대편 골문과 우리 상황을 함께 놓고 한숨지었는데 오늘은 태국의 어느 동굴에 갇힌 아이들과 주거난 동굴에 갇힌 우리 청년세대가 오버랩 된다. 그래도 청신호는 이미 쏴올렸다. 주거난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청년을 구할 수 있는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