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갚으려고 일부러 중소기업에 들어왔는데 청년내일채움공제 신청 대상이 안 된대요. 저 그냥 퇴사할까요?”
김모(28)씨는 1년 이상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다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 3월 정규직 1명을 권고사직했다는 이유로 청년내일체움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씨는 “청와대에 부당함을 호소해 정책 개정까지 이끌어냈지만 고용노동부는 개정안을 하반기 채용자부터 적용하기로 했다”며 “정작 3~5월 입사자들만 혜택에서 배제됐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되레 중소기업 신입사원들을 내몰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신청자 조건을 두고 두 차례나 말을 바꾼 탓이다. 8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공제에서 탈락한 중소기업 청년들의 호소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취업자의 목돈 마련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4만명 이상이 지원했지만 상당수는 사업장이 최근 인원을 감축했다는 이유로 탈락을 통보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사업장의 경영책임을 신입사원에게 묻는 행위는 부당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인원 감축 기업의 지원자도 신청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6월 이전 입사자를 제외하기로 해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목돈이 필요한 일부 청년들은 공제 대상자가 되려고 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 3월에 입사한 윤모(27)씨는 “문제점을 알리려 노력했는데 이렇게 결론 나니 허탈하다”며 “퇴사 후 1회 재가입이 허용된다길래 타사로 재입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의 정모(28)씨도 “대출빚을 갚아야 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제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7개 기관에 따르면 사업장 귀책사유 등으로 공제 대상에서 탈락한 신입사원은 기관별로 10~30%에 달했다. 공제 상품을 4,000개 이상 확보한 위탁기관 A사는 “제한요건을 갖추지 못해 기각돼 탈락하는 기업이 30% 가까이 된다”고 귀띔했다. 위탁기관 B사도 “신청 기업의 10~15%는 고용부에서 제시한 갖가지 사유로 탈락한다”고 전했다. 공제 상품 5만개를 담당하는 146개 위탁기관의 탈락률이 10%만 돼도 최소 5,000명이 탈락한다는 뜻이다.
한 행정법 전문가는 “추가예산까지 받아 마련한 정책인데 첫 수혜자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시키면 청년들만 두 번 상처 주는 일”이라며 “애초에 중소기업 취업자를 독려하려고 정책을 만들었다면 사업장 잘못만으로 대거 탈락시키는 것도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정 시점부터 적용하는 통상 법칙에 따랐다”며 “소급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