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케빈 나가 9일(한국시간)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지 방송인 미국 골프채널과 우승 인터뷰를 하던 재미교포 케빈 나(35·한국명 나상욱)는 한국어로 “한국 팬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우승해서 기쁩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케빈 나가 7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케빈 나는 9일(한국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 설퍼 스프링스의 올드화이트TPC(파70·7,286야드)에서 끝난 밀리터리 트리뷰트 앳 더 그린브라이어(총상금 73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9언더파 261타의 성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였고 2위 켈리 크래프트(미국·14언더파)를 5타 차로 제쳤다.
한국에서 태어나 8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을 간 케빈 나는 9세 때 골프를 시작해 주니어 무대를 휩쓰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지난 2004년 PGA 투어에 입성한 그에게 우승은 쉽게 오지 않았고 7년 만인 2011년 10월에야 슈라이너스아동병원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우승의 물꼬를 튼 듯했지만 또다시 7년을 기다려야 했다. 첫 우승 전 3차례 준우승을 기록했던 그는 이후 이번 우승 전까지는 6차례 준우승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가장 최근 준우승은 2월 제네시스 오픈 공동 2위였다.
이날 공동 선두와 1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케빈 나는 퍼트가 호조를 보이면서 우승 고지를 향해 진군했다. 4·5번홀 버디에 이어 6번홀(파4)에서는 10m가량의 퍼트를 홀에 떨궈 3연속 버디를 엮었다. 7번홀에서 파로 숨을 고른 그는 8번홀(파3) 13m 장거리 퍼트를 시작으로 9번(파4) 6m, 10번홀(파4) 7m 퍼트를 잇달아 집어넣어 다시 한 번 3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11번홀 보기를 16번홀 버디로 만회한 그는 마지막 18번홀(파3)을 파로 마친 뒤 6타나 뒤져 있던 2위 크래프트가 마지막 홀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승을 확정했다. 케빈 나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어로 소감을 밝힌 이유에 대해 “한국 팬들이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