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합리적 수준에서 인상돼야"

경영계, 2019년 적용 최저임금 관련 경영계 입장 발표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과 사업별 구분적용 촉구

신영선(왼쪽 세번째)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영계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경영계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김규태(왼쪽부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전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중기중앙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경영계가 경제 여건과 업계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9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9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발표했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최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1인당 국민소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주체인 영세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해 올해야말로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는 사업별 구분적용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선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경영계의 첫 번째 주장은 사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것은 최저임금법에도 근거가 있다”며 “영세 소상공인 등 사업별 구분 적용이 이뤄지면 경영계의 최초안(동결)에서 진전된 수정안을 제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하지만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최초안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번 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4차례 열리니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서 노사 양측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오는 14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노동계는 ‘시급 1만790원’, 경영계는 ‘동결’을 첫 제시안으로 내놓은 상황에서 양측의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0~11일, 13~14일 4차례에 걸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최저임금위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정한 마지노선은 오는 14일인 만큼 이르면 14일 자정이나 새벽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은 지난달 28일로 이미 지난 상태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를 고려, 최저임금법상 고용부 장관 최종 확정고시일(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법적 효력을 갖는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경영계 입장문 전문>

경영계는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여건과 고용 상황, 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기를 희망합니다.

산업현장의 많은 기업들은 역대 가장 큰 인상폭을 기록한 최저임금을 준수하며 달라진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의 동반 위축, 고용불안의 확산, 경기전망 악화와 내수 침체 등 어려운 경제여건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1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청년실업률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취업자 수 증가폭 등 고용 지표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또다시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있을지에 대해 경영계는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OECD와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의견도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을 통해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추가적인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영계는 더 이상의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한계 상황에 다다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우며, 취약계층의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내년도 최저임금은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물가상승률의 세 배, 임금인상률의 두 배 이상입니다.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주휴수당을 제외한 명목상 금액으로도 OECD 국가 중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23.6%로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마다 논란이 커지고 사회적 대립으로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선진국은 탄탄한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노동생산성에 적합한 임금을 지급하고,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것은 소수의 비숙련 단신근로자이며, 국가는 이들을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이중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둘째,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주체인 영세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한 사업별 구분적용이 필요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뿐 아니라 원자재가, 도매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최종 소비자와 가까이 있는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이중 삼중으로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저임금이 추가로 대폭 인상된다면 소상공인들은 존폐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을 따라가기 어려운 소상공인의 실태를 반영해 사업별 구분적용을 시행해야 합니다. 사업별 구분적용 논의는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형식적으로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수년 간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을 맞추기에 급급했던 소상공인들은 올해 16.4%의 유례없는 인상으로 인해 한계에 봉착해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진지하게 업종별 여건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정하라는 법의 취지를 살려야 할 때입니다.

일본,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근로여건에 맞는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업종별 부가가치와 영업이익을 고려한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적절한 최저임금을 정해야 세계 최고 수준인 최저임금 미만율을 낮추고 제도의 실효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혁신성장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도록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합할 때입니다. 특히, 저성장 시대의 노동정책은 고용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경영계는 이번 최저임금 심의가 향후 산적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해결할 사회적 대화의 시발점임을 고려해, 노사간 성숙한 협상과 타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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