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시기상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과정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정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보건복지부는 올 4월 국민연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7월까지 제도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도입 시한이 임박했는데도 공청회를 비롯해 변변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강행할 태세여서 자본시장의 혼란과 기업경영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작 한 일이라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소속 위원으로부터 의견을 받은 것이 전부다. 9일 의결권위원회가 개최됐으나 원론 수준의 논의를 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행사한 의결권은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 표명뿐이었으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임원 선임부터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 경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연금 역시 기관투자가인 이상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결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주주의 전횡 방지와 경영 감시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선결 요건이 있다. 의결권 행사는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기금운용본부가 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하부조직인 현재의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한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본부장 인선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외부 입김에 흔들린 의결권 행사는 수익성 확보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는 본부장이 1년째 공석인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난센스다.

지금은 2,200만 연금가입자의 노후생계를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의 정상화가 우선이다. 본부장 외에 실장급 3명도 공석이다. 이들은 635조원의 자산배분과 개별투자를 책임지고 사안에 따라 의결권도 행사한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원칙이 수익성이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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