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기업 옥죄기’ 법안을 쏟아내며 정부의 ‘규제 혁신’ 의지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당수의 법안은 특정 기업이나 기업인을 겨냥한 이른바 ‘표적 법안’으로 집권 여당이 반기업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기관의 서류 보존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차명재산을 적발·과세하기 위해 보존기간을 연장해 장기간 금융거래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박 의원의 법안은 사실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저격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재계의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올 2월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부과할 과징금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록이 폐기돼 증권사 보고가 아닌 별도 조사로 자산을 확인해야 했다. 상법상 금융사들의 상업장부 보존 기한은 10년까지라 기록 일부가 증권사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평소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이학영·이종걸·민병두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이종걸 의원이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시가로 변경하고 7년 내 초과분(전체 자산 대비 3%)을 매각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고 박 의원이 매각 기한을 5년으로 줄인 개정안을 내놓았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며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된 모든 삼성생명법의 종결판”이라고 대놓고 특정 기업을 겨냥했다. ‘재벌 세습’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재벌 총수 일가의 계열사 합병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이 총수와 그 일가에 유리하게 적용돼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됐다는 게 발의 이유다. 사실상 재벌 3세의 경영권 승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집권 여당이 이처럼 법안으로 대기업을 저격·압박하면서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의 한 의원은 “경영권 방어 수단은 주지 않은 채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펼쳐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서기 어렵다”며 “잘못된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기업 때리기에만 혈안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