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도 등줄쥐에서 채집한 털진드기 (이근화 교수팀 제공)
진드기가 옮기는 ‘쓰쓰가무시병’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이 동시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 처음으로 확인됐다.
쓰쓰가무시병과 SFTS를 동시에 옮기는 진드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근화 제주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SFTS로 진단돼 치료받은 할머니(75)를 대상으로 혈청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두가지 유전형의 쓰쓰가무시병균에도 동시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미국 열대의학·위생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tropical medicine and hygiene) 최근호에 발표했다.
쓰쓰가무시병은 털진드기에 물렸을 때 세포 내 기생세균인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고열과 두통, 반점 모양의 발진 등 증상이 SFTS와 비슷하다. 치사율은 0.1∼0.2% 안팎으로 아주 낮다.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딱지(가피)’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SFTS는 야생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렸을 때만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는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으며, 치사율은 20%를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논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산에 다녀온 지 4일이 지나 고열, 근육통,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자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유전자검사를 거쳐 SFTS로 확진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딱지가 생긴 점으로 미뤄 쓰쓰가무시병 가능성도 의심하고 추가 유전자검사를 시행했다. 이 결과 이 할머니는 SFTS와 쓰쓰가무시병이 동시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의 몇 가지 추정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그동안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렸을 때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SFTS가 쓰쓰가무시균을 옮기는 털진드기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다.
이는 피해 할머니에게서 털진드기에 의한 가피만 발견됐을 뿐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쓰쓰가무시병을 유발하는 털진드기에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한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이근화 교수는 “진드기에 물려 생기는 감염병의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게 많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털진드기를 직접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지만, 작은소참진드기 외의 털진드기가 바이러스와 세균을 함께 옮겼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쓰쓰가무시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있다면 SFTS 감염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가족이나 의료진은 2차 감염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