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주 52시간 근무 시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영국의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사람은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어떤 사람은 과도한 노동으로 힘들어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실업으로 고통받는 상황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노동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여가를 누림으로써 실업사태를 해결하고 개개인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노동을 통해 먹고살고 노동을 통해 자기 존엄성을 확보하기에 장시간 노동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하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 사람을 늘리면 노동시간은 줄어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이 늘어나면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지만 야근·특근이 사라지므로 그에 따른 초과근무 비용이 사라진다. 우정사업본부도 집배원의 초과근무 단축과 연가사용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건비를 절감해 집배 인력을 증원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노동시장의 수요가 늘어나 전체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경기도 살아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공황으로 추락한 미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근무혁신도 이뤄져야 한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퇴근 후 업무연락은 자제하는 등 장시간 근무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또 명확한 업무지시를 비롯해 유연근무제 도입, 연가사용 활성화,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집배원은 배달할 우편물을 집배팀별·개인별로 구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편집중국에서 집배팀별로 구분해 우체국에 운송하는 방식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면서 집배팀별로 구분하는 공동 작업이 축소돼 우편물의 구분시간을 1시간가량 줄일 수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오늘로 열흘을 맞았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지원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도 반영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산업현장의 연착륙에 중점을 두고 지도·지원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맞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도 근무실태를 점검하고 현장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염려는 있다. 노동자는 임금이 줄어들 것을, 사용자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 시행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 2004년에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될 때도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착됐다. 주 52시간 근무가 노동시장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업에는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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