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공동주택에 대한 라돈 기준을 강화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동주택의 라돈 권고기준을 현행 200㏃/㎡에서 다중이용시설 수준인 148㏃/㎡로 강화하는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제2차 라돈관리종합대책’의 후속대책의 일환인 이 개정안은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뚜렷한 대책도 없이 졸속으로 기준을 강화해 책임을 건설업계에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자연상태에서 80∼90%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라돈 농도를 건설사에 알아서 낮추라고 하는 것은 해답이 없는 문제풀이를 맡기는 격이 될 수 있다. 라돈은 화강암 지대에서 발생하는 자연방사선 물질로 화강암 분포가 많은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상 일부 지역은 자연상태에서도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인 148㏃/㎡을 넘을 정도라 골재와 마감자재로 둘러싸인 건축물 실내에서 라돈 농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공동주택의 라돈 측정은 준공 후에 이뤄지는데 라돈이 높게 측정돼도 수치를 줄일 방법은 골조까지 철거하는 수밖에 없어 사실상 사후대책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주택 라돈 농도는 100㏃/㎡ 이하가 가장 좋지만 국가별 여건 등을 고려해서 300㏃/㎡ 이하로 기준을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 라돈 농도기준이 148㏃/㎡인 것을 제외하면 영국·스웨덴·핀란드·체코 등 대부분 국가에서 현재 우리나라와 동일한 200㏃/㎡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입법 예고한 기준 강화개정안은 ‘여론과 주변 압력에 떠밀린 졸속 대책’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환경부도 공동주택의 라돈관리를 위해서는 건축자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오히려 라돈관리가 더 어려운 준공 후 건축물 관리를 건설사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 환경부에서 실시한 ‘건축 자재별 방출 라돈의 실내 공기 농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도 향후 관리방안 수립에 있어 라돈 방출량이 높은 골재와 마감재 중심의 관리방안 수립이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결과가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도 라돈이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 물질이기 때문에 국민건강을 위한 정부의 관리정책에 공감하고 기술개발 등의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실효성 있는 공동주택 라돈관리를 위해서는 건축물의 공사 이전에 건축자재에 대한 관리와 규제를 통해 라돈 방출 건축자재가 건축물에 포함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라돈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