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잉용 상하이 시장과 연간 5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 신축에 대한 초기합의각서를 체결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필 리부 CNBC기자 트위터 캡처
글로벌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동을 건 대중국 관세 폭탄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아메리카 엑소더스(America Exodus·탈미국)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의 십자포화를 피해 미국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선택한 행선지는 역설적이게도 중국이다. 중국의 맞보복 관세 부과 조치의 사정권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중국 상하이 시정부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연간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상하이에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준공 계획은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포성이 커지는 시기에 확정된 것은 중국의 무역 맞보복 조치를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해외 공장 중 최대 규모가 될 상하이 공장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대비책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시는 자유무역지대인 린강개발특구에 들어서는 테슬라 공장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초 중국은 미국을 달래기 위해 외국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지만 미국이 지난 6일 25%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하자 미국산 자동차에 맞보복 관세 25%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자동차가 총 40%의 폭탄 관세를 물게 되자 테슬라는 최근 중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모델 가격을 20% 이상 인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테슬라뿐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도 서둘러 미국에서 짐보따리를 싸는 분위기다. 독일의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조시설을 미국 이외 지역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BMW 차량의 3분의1가량이 미국에서 제조되는 만큼 중국의 40% 폭탄 관세를 피하기 위한 조치의 성격이 짙다. 미 현지 매체에 따르면 BMW는 중국 합작사인 브릴리언스오토모티브그룹홀딩스와 중국 내 제조시설의 생산량도 내년까지 연산 52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물론 BMW 측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이전 자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합작 확대 움직임을 감안하면 중국으로의 이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문화의 상징인 오토바이 업체 할리데이비슨 역시 무역전쟁의 불똥을 피해 미국 내 생산시설 중 일부를 해외로 옮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5일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일부 해외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시설 재편은 임시적인 자구 방편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당장 경영 자금 문제를 안고 있는 테슬라는 오는 2020년까지 미국과 중국의 신규 제조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데 약 100억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하이 공장 준공 프로젝트가 부메랑으로 작용해 테슬라의 경영난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