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격 취소 통지문/연합뉴스[제보자 제공]
2013년부터 인천의 한 시설관리공단에서 5년간 기능직으로 일한 A(34)씨는 올해 3월 인천시 서구시설관리공단 일반직 경력 채용에 응시했다. 2000년 설립된 서구시설관리공단은 사계절 썰매장 등 체육시설뿐 아니라 청소년수련시설·공공도서관·공영주차장·노인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는 지방 공기업으로 구직자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직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월급은 앞서 일하던 시설관리공단이 다소 많았지만 기능직과 일반직 차별이 심하다고 느껴 일반직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A씨는 5년간 일하며 쌓은 경력을 토대로 눈썰매장 관리를 주로 하는 서구시설관리공단 ‘정설 분야’ 8급 경력직에 지원했다. 서류전형을 거쳐 영어 등 2개 과목을 평가하는 필기시험을 치렀고, 인·적성 검사도 통과했다. 3월 31일 진행된 최종 면접을 거쳐 1주일가량 뒤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인사기록카드를 작성하고 신체검사를 받는 등 임용 등록도 마쳤다. A씨는 서구시설관리공단에서 새로 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전에 다니던 시설관리공단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임용일인 4월 18일을 하루 앞두고 공단 측은 A씨가 자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경력사항 입증 자료를 추가로 내라고 요구했다. 임용 예정일도 변경한다고 했다. A씨는 급히 경력 입증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공단 인사위원회는 그의 경력이 채용자격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했다며 최종합격 취소를 통보했다.
A씨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 직장에서 제설차량 운전을 직접 했고 수차례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이나 인사담당자에게도 경력사항을 자세하게 설명했다”며 “합격에 문제가 없다는 말도 따로 들었는데 뒤늦게 합격을 취소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구시설관리공단의 최종합격 통보를 받고 전에 다니던 직장에도 사직서를 제출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며 “2살 아들이랑 아내가 있어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A씨가 지원한 정설 분야의 자격 기준이 ‘눈썰매장 등 동종유사업체에서 1년 이상 정설기·제설기 운전과 유지관리 업무를 한 경력자’라며 A씨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A씨는 앞서 일한 다른 시설관리공단에서 제설차 작업을 했다고 입사지원서 경력사항에 썼지만, 공단이 요구한 제설기 업무는 눈을 치우는 차량이 아니라 눈을 만드는 제설 차량 운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합격 통보 후 취소는 공단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고 지원자 입장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면서도 “공단 입장에서는 자격이 안 되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부적절해 어쩔 수 없는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