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결국 방위비 증액…나토 무릎 꿇린 트럼프

나토 정상회의
트럼프 "엄청난 진전" 승리선언속 "독일, 러시아 포로됐다" 맹비난
마크롱은 "회원국 합의안해"밝혀
국방비 논란 당분간 지속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만찬 후 공연을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둘째 줄 왼쪽 세 번째) 독일 총리가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늘려야 한다는 요구로 나토를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당초 목표보다 더 빨리 달성하기로 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회원국들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나토 회원국과 미국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직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비 지출을 회원국들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며 “엄청난 진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날 회의 때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증액 약속을 듣고 매우 기분이 안 좋았다”면서 “하지만 자신이 불만을 제기하자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GDP 2%의 국방비 지출을 애초 합의한 오는 2024년보다 더 빨리 달성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제외한 회원국들이 추가로 330억달러 규모의 국방비를 추가로 증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의 4%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 회원국들을 술렁이게 했다. 이는 나토가 지난 2014년에 합의한 ‘GDP 대비 2%’ 목표치의 배가 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미국이 유럽 보호비용을 지불하고 무역에서는 수십억달러(수조원)를 손해 보고 있다”며 “GDP 대비 2%를 2025년까지가 아니라 즉각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의 이틀째인 이날 나토 정상들은 러시아 침공 위협에 대해 논의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자 함께 회의를 하던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정상을 밖으로 내보내고 긴급회의로 전환했다. 로이터통신은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와 무역에 대해 독일을 상대로 강한 비난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까지 거론하며 회원국들을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DPA통신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즉각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은 국방 문제에서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의회의 승인 없이 자신이 미국의 나토 탈퇴를 결정할 수 있지만 그런 조치가 더는 필요 없게 됐다”며 “나토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은 매우 굳건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올리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국방비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당초 계획대로 2024년까지 GDP 2%의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가장 중요한 회원국인 독일을 집중 공격하며 두 나라 간 불화를 기정사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주최한 조찬회동에서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하는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하며 작심한 듯 독일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독일을 보호하려고 하는데 그들(독일)은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어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가 돼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이 추진하는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부터 독일까지 발트해를 관통해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사업으로 내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노드스트림1’ 파이프라인에 두 개의 파이프라인을 새로 뚫는 이 작업이 끝나면 러시아산 가스가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로 바로 공급되며 공급량도 대폭 늘어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부터 이 사업이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스관을 바탕으로 러시아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수출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감으로 이 사업의 당사국인 독일에 비난을 쏟아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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