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인도를 포함한 ‘신남방’ 지역과 우리나라의 교역액은 1,69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2016년보다 20.1%나 증가했다. 수출만 놓고 봐도 증가율은 28.1%로 우리의 제1시장인 중국(14.1%)의 두 배다. 신남방 지역이 없었더라면 예기치 못했던 보호무역의 파고를 헤치고 수출에서 두 자릿수 증가, 더 나아가서 3%대 성장을 일궈내는 게 불가능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싱가포르·태국 등을 순방하면서 신남방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4강에 치중한 경제외교의 외연을 넓히는 것뿐 아니라 전선이 넓어지는 미중 무역전쟁의 ‘소낙비’를 피할 대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미 아세안 지역에서 ‘헤게모니’를 쥔 일본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를 맹추격하는 중국의 틈새에서 우리 영역을 구축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실행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처럼 민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치밀한 정책조합과 추진체계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은 “지금껏 신남방 시장은 기업들이 알아서 해온 경향이 크다”며 “중국과 일본의 물량공세를 현실적으로 이기는 게 불가능한 만큼 이제는 한류와 인적교류 등을 통한 소프트파워 활용 등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패권 팽창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는 의미에서도 신남방정책은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12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양국 관계를 호혜적·포괄적 관계로 격상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김상훈기자 싱가포르=민병권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