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이제 단 한판...'허리'에 달렸다

프랑스 vs 크로아티아 16일 결승
'월드클래스' 포그바·캉테·마튀디
2,000억 몸값 佛 아트사커 군단
모드리치·라키티치·페리시치 등
집중력 무장한 크로아티아와 대결
미드필드 주도권에 승패 갈릴듯


프랑스의 폴 포그바 /EPA연합뉴스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AFP연합뉴스

독일의 이적시장전문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프랑스 대표팀 선수 전체의 시장가치는 10억8,000만유로(약 1조4,210억원)에 이른다. 32개 본선 진출국 중 단연 1위.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가치는 프랑스의 3분의1 수준인 3억6,400만유로(약 4,790억원)다. 프랑스는 월드컵 결승이 세 번째이고 크로아티아는 사상 최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위와 20위의 싸움. 선수 몸값과 역사, 랭킹만 보면 프랑스로 무게가 쏠리는 한판이다. 베팅업체 베트페어에 따르면 두 팀의 우승 배당률은 프랑스가 19/20, 크로아티아는 4/1로 프랑스가 낮다. 1998년 챔피언 프랑스의 우승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에서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3대0으로 돌려세웠던 팀이다. 숱한 연장 혈투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기개로 호화군단 프랑스에 맞선다.

크로아티아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모스크바에서 치른 잉글랜드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4강전에서 2대1로 이겼다. 전반 5분 키런 트리피어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23분 이반 페리시치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연장 후반 4분 마리오 만주키치가 결승골을 꽂았다. 역대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크로아티아는 앞서 벨기에를 1대0으로 잠재운 프랑스와 오는 16일 0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8만1,000명 수용)에서 세계축구 정복의 상징 FIFA컵과 우승상금 3,800만달러(약 424억원)를 다툰다.

◇포그바-모드리치, 숨 막히는 중원 전쟁=승부의 키는 양 팀 미드필더들이 쥐고 있다. 나란히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진용을 갖춘 터라 미드필드 주도권 다툼에서 우승·준우승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중원의 대표 주자는 폴 포그바, 응골로 캉테, 블레즈 마튀디다. 1,380억원의 포그바 등 이들 셋의 이적료를 합하면 2,030억원에 이른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포그바, 몸이 10개 같은 살림꾼 캉테, 공수의 무게추를 모두 쥔 마튀디는 ‘아트사커’에 끈끈함을 입힌 주인공들이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허용한 슈팅이 51개(크로아티아는 78개)뿐이다. 경기당 9개의 슈팅도 채 내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맞서는 크로아티아도 중원의 무게감에서는 크게 부러울 게 없다. 에이스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 페리시치는 특히 공격 성향에 있어 프랑스 3인방을 위협하고도 남는다. 모드리치와 페리시치는 이번 대회 2골 1도움씩을 책임지고 있다. 크로아티아 3인방의 이적료 합계는 900억원. 미래가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90분 더 뛴 발칸전사들, 젖먹던 힘까지=크로아티아는 16강 덴마크전, 8강 러시아전, 4강 잉글랜드전까지 3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벌였다. 16·8강은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단 한 번의 연장 없이 결승에 오른 프랑스보다 90분을 더 뛴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사실상 한 경기를 더 뛰고 일정상 휴식일도 하루 적은 핸디캡을 떠안고 결승에 나서야 한다. 압박을 벗어나는 기술과 컴퓨터 패스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라 불리는 모드리치는 잉글랜드전에서 조금 지친 기색이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는 체력의 열세를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올라온 자신감이 큰 무기다. 이날 연장에 들어가서야 선수 교체를 시작한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당연히 그전에 선수 교체를 하려고 했지만 모두가 ‘나는 더 뛸 수 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는 말로 똘똘 뭉친 팀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미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써놓은 크로아티아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각오다. 반면 프랑스는 2016유럽선수권(유로2016) 결승전 패배(포르투갈에 0대1)가 떠오를 것이다. 유로2016에서의 아쉬움은 우승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정적인 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1골 1도움을 올리고 골대도 맞힌 끝에 4강전 MVP로 뽑힌 페리시치는 “프랑스 경기는 거의 다 봤다. 모두가 강력한 선수들이라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대회 2골을 포함해 월드컵 통산 4골째를 기록한 페리시치는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도전사 중 최다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1998프랑스월드컵 당시의 다보르 수케르(6골·득점왕)가 가지고 있다.

1998월드컵 당시 크로아티아는 프랑스와의 4강에서 1대2로 역전패해 결승까지는 가지 못했고 3·4위전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프랑스전 후반 1분 선제골의 주인공 수케르는 현재 크로아티아축구협회 회장으로 20년 만의 설욕을 응원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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