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책참여단이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생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시안의 상당 부분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학생부 기재항목에서 수상경력·자율동아리 등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참여단은 투표를 통해 ‘현행 유지’를 택했다. 이로써 학생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시안에 대한 참여단의 숙의 결과와 그에 따른 권고안을 12일 발표했다. 참여단은 학생, 학부모, 교원, 대학 관계자, 일반시민 각 20명씩 총 100명으로 구성됐으며 두 차례 합숙회의를 진행한 뒤 최근 학생부의 기재항목 및 구성 방식 등에 관한 각각의 쟁점에 매우 찬성, 찬성, 양해 가능, 반대, 매우 반대 등의 표를 던졌다.
권고안에는 매우 찬성과 찬성, 양해라고 답한 비율이 3분의2 이상인 선택지가 담겼다. 예컨대 ‘수상경력을 기재하되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은 그 비율이 80.4%로 3분의2를 넘어 권고안에 포함됐다. 반면 수상경력 삭제는 43.3%에 불과해 권고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권고안은 이외에도 자율동아리는 현행처럼 기재하되 가입을 제한하고 확인 가능한 사항만 적도록 했다. 수상경력 항목 삭제, 자율동아리 기재 금지라는 교육부 시안과는 맥락을 달리하는 권고안이 도출된 셈이다. 다만 인적사항과 학적사항 통합(부모정보 및 특기사항 삭제) 등에 대해서는 참여단도 정부와 뜻을 함께했다.
교육부는 참여단의 숙의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학생부 기재항목은 큰 틀에서 현행처럼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신뢰도 제고 효과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 고2 학부모는 “사교육과 ‘치맛바람’을 유발하는 주범인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등을 왜 현행 유지 쪽으로 정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대로라면 경시대회 남발, 소수 학생에 성과 몰아주기 등의 부작용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고 학생부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도 차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이번 권고안을 바탕으로 이달 말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확정한다. 적용 대상은 내년 초중고 1학년이며 해마다 대상이 확대된다.
정책숙려제 시행을 놓고 전문성 문제를 지적했던 한국교총 관계자는 “학생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권고안이 개선 방안을 찾기보다 교육부의 개선 시안을 중심으로 항목 변경에만 치우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