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PD수첩이 방송한 ‘설정스님 3대 의혹’ 이후 자체 개혁을 위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연합뉴스
MBC ‘PD수첩’이 지난 5월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종단 고위직 스님들에 대해 비위 및 일탈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계종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한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이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한 개혁의지를 밝혔다.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공동체 의식 등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혁신에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있는 그대로를 잘 돌아보지 못했다며 충분히 내부적으로 성찰하고 혁신위 활동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감 스님은 “우리가 세운 법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계율과 스님들의 일상사, 다툼이 생겼을 때 불교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며 불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 미래를 열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이 지난달 11일 발족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PD수첩’ 사태에 대응해 교단 자주권을 지키고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비상기구다.
종단 자주권 수호위원회, 의혹 규명 및 해소위원회, 제도 혁신위원회 등 소위원회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다음 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1회 연장이 가능하다.
일감 스님은 “의혹만으로 총무원장 스님이 물러날 수는 없으며 사실이 분명해져야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며 “의혹 규명 및 해소위원회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친자 의혹 등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시간에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내 갈등은 방송 전부터 일부 스님들과 불교계 시민단체 등이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쌓여 있었다.
여기에 설조 스님이 지난달 20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 위태로워졌다.
종단 개혁과 정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해법을 놓고는 의견이 극명히 엇갈려 사태는 점점 꼬이고 있다.
일감 스님은 “예전 같았으면 총무원장 스님 한 분 바꾸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지만, 총무원장이 바뀌어도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면 문제가 반복된다”며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총무원장 스님의 의혹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깥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죄송스럽고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그런 자세를 일찍 가지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하고, 좀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설조 스님 단식에 대해서는 “종단이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뜻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설조 스님 측을 만나 마음을 풀고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바르게 사는 대다수 스님, 종도, 국민에게 참회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