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12일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5년9개월간 정치를 하면서 다당제 시대 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미흡한 점도 많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안 전 의원이 6·13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자신의 향후 거취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전 의원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완전한 ‘정계 은퇴’가 아닌 ‘2선 후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더 깊은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시작하려 한다”며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더 깊이 경험하고 더 큰 깨달음을 얻겠다”며 당분간 해외에 체류할 계획임을 나타냈다. 첫 체류지는 독일로, 안 전 의원은 다음달 중 독일로 떠날 예정이며 연수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당면한 시대적 난제를 앞서 해결하고 있는 독일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며 “그것이 제가 우리 국민과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의 100분의1, 만분의1이라도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연수와 관련해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첫 방문국을 독일로 정한 것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나라이자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이고,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의원은 정치권 입문 후 ‘새 정치’를 추구해온 지난 5년9개월간의 소회에 대해서는 “초심 그대로 간직한 채 열심히 활동하며 다당제를 이뤘고 여러 개혁에 앞장섰지만 부족한 탓에 기득권 양당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면서 “그렇지만 제가 갔던 길이 올바른 길이라 지금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 저는 어떤 생각도 갖고 있지 않고 돌아올 계획들을 세우지 않았다”면서 “위기에 빠져 있는 여러 상황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지혜를 모으는 차원에서 직접 세계 각국의 현장을 둘러보고 많은 깨달음을 얻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바른미래당 전 지역위원장 56명은 당의 정체성 확립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노선 갈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들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포용이라는 어정쩡한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며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중도를 아우르는 건전하고 혁신적인 보수정당임을 선언하고 침몰한 보수정치의 재건에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혁적 보수인지, 합리적 진보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이 주장함으로써 애써 잠재운 갈등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