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편의주의에 날아간 청년 일자리

'고용부 일학습병행제' 일부 대학
실습학생수 기한내 못맞춰 지원중단
기업 근로계약 취소...졸지에 실업자로
"올해 선정대학에만 야박" 지적


경기대 4학년생인 김모(22)씨는 올해 초 취업에 성공했지만 두 달 만에 합격이 무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IPP(장기현장실습)형 일학습병행제 사업을 통해 4학년 1학기는 NCS 기반의 실무수업을 들은 뒤 마지막 학기는 취업이 확정된 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학점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정부가 해당 대학 지원을 중단해 김씨를 포함, 30명의 학생들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일학습병행제 사업을 추진하던 일부 대학에 재정지원을 끊어 학생들의 취업을 가로막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힘겹게 만들어낸 일자리를 행정편의주의에 매몰된 정부가 박차버렸다며 반발했다.

12일 산업인력공단과 대학가에 따르면 경기대는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산업인력공단의 사업 선정 취소와 1차년도 지원금 회수 방침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재정을 지원하는 정부를 대상으로 대학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대와 성신여대는 지난해 초 고용노동부 IPP형 일학습병행제 사업에 선정됐다. 선정대학은 올해 2월7일까지 취업을 전제로 학생 30명의 현장실습 교육을 담당할 기업을 구해 실적을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해진 기한까지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한 경기대와 성신여대에 대해 지원을 취소했다.

해당 사업은 장기 현장실습을 포함해 연간 참여자가 2,000명을 웃돌 정도로 대학이나 학생들이 선호하는 고용서비스 정책 가운데 하나다. 다만 실습기업을 발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년도 지원 대상이었던 대학에는 정부가 기한을 수차례 연기해줬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연기조치 없이 지원을 끊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경기대 관계자는 “올해 1월 초만 해도 약속한 학생 수를 이미 채웠으나 진로 변경 등으로 일부 이탈자가 발생해 2월 초에 일시적으로 채우지 못했다”면서 “대신 2월 말까지 보완하라는 산업인력공단의 지시를 받고 학생과 기업을 추가 발굴해 약속을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정부가 당초 공지한 대로 지원 철회를 통보해 근로계약서까지 썼던 학생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채용계약의 전제조건이었던 정부지원금이 사라져 기업에서도 약속을 이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성신여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월 초까지 학생 30명이 취업할 회사를 모두 발굴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최종적으로 산업인력공단의 현장실사 단계만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올해 선정 대학에만 야박하게 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한 달의 시간만 더 주면 모두 마무리해 3월부터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수차례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은 규정대로 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선정된 대학부터는 애당초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약속한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알렸다”며 “이미 법적 검토도 끝난 만큼 행정심판소송으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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