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2일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금리 인하’ 발언에 리라화 가치가 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기대하는 시장의 주문에 역행하는 발언을 내놓자 크게 요동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오후 한때 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4.93리라로 4.7% 급락했다. 리라화 가치는 연초 대비 22%나 평가 절하됐다.
이날 리라화 급락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 발언이 알려진 영향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과 북(北)키프로스 방문에 수행한 터키 취재진에 “조만간 금리 인하를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일간 휘리예트 등 터키언론이 11일 보도했다.
고금리가 물가 인상의 원인이라는 독특한 경제관을 역설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상에 줄곧 거부반응을 보였다. 대선을 직전 언론 인터뷰에선 재선에 성공한 후 통화정책 개입 확대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스탄불 시중 은행의 한 트레이더는 로이터통신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가 떨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연간 물가인상률이 15%가 넘는 상황에서 추가 수축 조처에 나서야 할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 압박을 넣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금리 발언 때마다 리라화는 급락을 반복하는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하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시장과 싸움을 계속할 태세다. 특히 경제 낙관론을 펼치면서, 한국기업이 터키에서 건설 중인 대형 교량 프로젝트를 그 근거로 꼽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취재진에 “국제 (금융) 기관과 신용제공기관들이 대(對)터키 투자자의 융자에 기꺼이 보증을 제공한다는 것이 (터키경제가 좋아진다는) 근거”라면서 “(차나칼레) 3·18대교의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경제 낙관론의 근거로 든 차나칼레 현수교 사업은 SK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수행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다만 당사자인 한국기업의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않다.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터키의 경제 악화로 터키에서 준비하는 대형사업이 자칫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