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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한 측근이 김씨에게서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 관련 고충을 듣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3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는 5회 공판기일을 열고 안 전 지사가 이끈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캠프에서 청년팀장을 맡았던 성모씨(35)의 증인신문을 심리했다. 성씨는 안 전 지사의 측근그룹 ‘팀장급’과 김씨 등 자원봉사자들이 속한 ‘청년팀’을 오가며 소통한 인물이다.
성씨는 김씨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김씨의 고민 상담을 자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두 사람이 지난해 초부터 10개월 동안 나눈 대화는 카카오톡 100페이지, 텔레그램 18페이지 분량에 달한다.
성씨는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씨에게 당한 성추행 고민이나, 김씨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후보 본선캠프로 파견 갔을 때 한 유부남이 추근댄다는 고충을 상담해줬다”면서도 “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제출한 두 사람의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김씨가 성폭행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스위스 순방 당시에도 김씨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혹시 김씨가 어떤 고충을 호소하려고 했던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김씨는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인데, 당시에는 평상시처럼 ㅋㅋ나 ㅎㅎ를 붙였다”면서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성씨는 또 지난 3월 5일 김씨가 JTBC ‘뉴스룸’에 나와 피해를 폭로한 인터뷰를 보면서 “김씨는 평소 ‘하늘’이라는 말을 ‘의지되고 지탱하는 존재’로 표현했는데, 그날 인터뷰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존재’로서 하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안 전 지사의 호위무사라고 했던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성씨는 “김씨에게 내가 힘들 때 도움이 됐던 사람인지, 오히려 억압하는 사람인지 묻고 싶다”며 김씨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씨를 5차례 기습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준영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