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과 무역전쟁이 한창인 중국은 이미 세계 양대국(G2)이다. 여기에 더해 인도가 머지않아 새로운 강대국으로 도약하면서 세계 권력의 축이 중국·인도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신간 ‘중국 인도’의 핵심 주장이다.
아시아 안보분야에 정통한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인 저자 크리스 오그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세계 권력의 이동은 무역과 제조환경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 중심이 1500년대부터는 지중해에서 북서 유럽과 대서양으로, 1880년대에는 유럽에서 전 세계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2000년대부터는 중국과 인도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세계 패권을 가졌던 대륙과 국가들의 세대 교체를 떠올리면 그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중국과 인도로의 세력 교체는 물리적 수단이 아닌 정신적 가치가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시각은 더욱 이채롭다. 이와 관련, 오그덴 교수는 “중국과 인도가 국내의 정치적,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정체성을 원동력으로 삼아 강대국이라는 꿈을 이루려 한다”고 단언한다. 많은 이들이 두 나라가 기존 서양의 강대국처럼 물질적, 경제적, 군사적 수단을 발판 삼아 세력을 확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견해다. 더 나아가 저자는 헨리 키신저의 말을 빌어 “중국은 자국이 급부상 중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되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정세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인도 역시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인도의 역사를 통해 두 나라의 현재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중국의 경우 민주집중제, 소수자에 대한 보호, 집단지도체제(마오쩌둥 집권 이후) 등 3가지가 중국 공산당 조직의 틀을 뒷받침한다. 민주집중제란 소수의 지도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강제성이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며, 소수자에 대한 보호는 의견의 다양성을 표출하는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일치된 의견에 따라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하며, 집단지도체제는 한 사람의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레닌주의를 따르기는 했으나 중국의 전통적인 세계관이 더해져 중국 고유의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로 발현된 것”으로 봤다.
인도의 경우 오스만제국의 다섯 배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했던 무굴제국의 절정기(16세기 중반~19세기 중반)의 역사가 지배계층의 인식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1700년 인도는 세계 경제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해, 당시 인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며, 문화와 문명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외국 문물이 들어와 기존 문화에 영향을 미치면서 흡수되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도의 강대국에 대한 열망은 이러한 역사적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인도 등 다자 관계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수 있는 미국-중국-인도 등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나름의 예측을 갖게 해준다. 특히 저자는 “미국과 인도의 유대가 매우 강력해져 두 나라 사이의 교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양국의 교역은 1985년 39억 달러에서 1995년 90억 달러, 2015년 665억 달러로 급증했다. 1만6,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