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재감리를 두고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표면적으로는 증선위의 심의 결과를 수용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증선위의 수정조치안을 거부하고 원안 고수를 유지했던 금감원 입장에서 첫 재감리 결정은 회계감독의 신뢰성 문제로 직결된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절차적 하자 가능성 등을 이유로 재감리 검토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두 기관의 내홍이 또다시 분출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감리와 관련해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며 “향후 고의로 판단된 위반사항에 대해 신속히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선위의 재감리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이미 한 번 했던 감리를 또 하는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촘촘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입장에서 재감리는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 증선위의 요구대로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지난 2015년 이전 회계까지 심사범위를 확대할 경우 분식회계의 고의성 등이 불분명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이미 1년간의 특별감리 기간에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재감리를 할 경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고의’가 아닌 ‘과실’로 결론이 날 것을 금감원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조치안으로 시장을 혼란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데 이어 회계감리 업무기관의 신뢰도에도 상처를 입게 된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증선위원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부분은 아쉽다”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