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7,530원도 못줘 법위반 3배 늘었는데 또 10.9% 인상에 포퓰리즘 정책까지

경기하강에 기업부담 겹쳐 일자리만 감소
무리한 소득주도성장 땐 부작용 심각
자영업자·중소기업 부담 급증에 하소연
대기업 압박하는 포퓰리즘 정책으론 경제파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최저임금 도입 30년 만에 8,000원대로 올라선 것입니다. 사용자위원들은 결정에 참여를 안 했습니다. 업체들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올해 16.4%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이 컸습니다. 5개월째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를 오르내리는 ‘고용쇼크’를 겪고 있는 게 그 증거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을 못 주는 법을 위반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위반 3배 가까이 폭증

서울경제신문이 고용노동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2017·2018년 1~5월 최저임금법 위반 건수’를 보면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명시한 최저임금법 6조 미준수 사례는 지난해 205건에서 올해 584건으로 무려 184.8%나 늘어났습니다. 최저임금법 6조는 최저임금 이상 지급 의무와 산입범위를 다루는데요.

최저임금 주지 위반(법 11조)도 급증세입니다. 지난해 121건이었던 11조 위반 건수는 올해 242건으로 2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이를 종업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업자가 많았다는 뜻입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업체별로 보면 관련법을 하나라도 어긴 곳이 지난해 311개에서 올해 813개로 늘었는데요.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6조와 11조를 중복 위반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올 들어 고용부가 최저임금 관련 단속을 예년보다 강화한 게 사실입니다. 특별단속도 벌였지요. 하지만 인상한 최저임금이 부담 안 된다면 이렇게까지 위반 업체가 급증할 수는 없습니다. 이 자체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 16.4%가 과도하다는 뜻입니다.

취약계층 더 어렵게 하는 최저임금


최저임금은 중요합니다.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지요. 최저임금 제도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높여가는 방향성도 맞습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올리면 고용주들이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이 경우 사람을 줄이거나 문을 닫게 됩니다. 무인기계를 들여놓기도 하지요.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이하로라도 일이 필요한 이들이 있는 게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266만4,000명으로 전체의 13.6%에 달하는데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중은 2013년 11.4%에서 2014년 12.1%로 올랐다가 2015년 11.5%로 줄었지만 2016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지방에는 최저임금 위반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고용주와 직원 모두의 양해 아래 일을 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로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올해까지의 최저임금 인상도 과도하다는 게 국제기구의 판단입니다. 소위 보수진영에서만 주장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임기에 걸친 54%의 최저임금 인상은 OECD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생산성 증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물가수준을 목표치 이상으로 올려야 하고, 한국의 국제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 향한 포퓰리즘 지원책 쏟아낼 땐 더 큰 재앙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당장 내년 고용사정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불만을 잠재운답시고 여당이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낼까 하는 부분입니다. 괜한 말이 아닙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이 20조원만 풀면 200만명에 1,000만원씩 더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저에게는 여당 원내대표가 삼성에 “20조원을 내놓으라”라고 요구한 것처럼 들립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으니 그에 대한 청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됩니다. 되레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채 기업의 경쟁력만 갉아먹게 됩니다. 지방선거의 압승에 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대책만 쏟아내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두컴컴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큰 걱정입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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