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등 난민수용에 인색한 국가들은 기금 마련을 면피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일본은 해마다 난민신청자의 99.9%를 거절하고 있으나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1조3,000억원을 유엔난민기구 등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마찬가지로 난민신청자 99%를 돌려보내는 중국도 같은 해 1,12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난민 관련 예산 26억원의 50~400배를 웃도는 돈이다. 기금을 내서라도 자국 사회의 안정을 선택한 경우다.
반면 스페인은 인구절벽 시대에 자국에 유익이 많다고 판단해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4일 아다 콜라우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장은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거부한 난민 60명을 받아들였다. “단순히 머물렀다가는 관광객들과 달리 이민자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려 노력한다”는 난민 수용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다소 후퇴하긴 했지만 대규모 난민을 수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민자 유입에 따른 잠재적 기회와 혜택이 유입으로 인한 위험을 훨씬 초과한다”는 입장을 수시로 밝혔다.
반면 한국은 아직 명확한 노선이 없는 상태다. 법적으로는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난민 인정율이 4%로 유엔난민기구(UNHCR)가 통계 낸 세계평균 인정률(38%)보다 한참 못 미치고 난민 심사 기준도 보수적이다. 일각에서는 “800명에 불과한 난민도 못 받을 만큼 우리 사회가 수용력이 없나”라고 비판하지만 “일단 문을 열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꼽는 제1원칙은 사회적 합의다.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꾸준히 난민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난민과 무슬림 모두에 대해 근거 없는 괴담만 떠돌고 있어 생산적 논의가 어려운 상태다.
오승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외국인 200여만명이 정착해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단일민족 통합을 해친다’, ‘외국인 범죄율 높고 일자리 빼앗아 간다’는 말이 떠돈다”며 “우선 과도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민 공론화와 상호 설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