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의 영상작품 ‘형제봉 가는 길’ 중 한 장면.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부록 ‘로보다방-로동 보조물자 다방’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예승의 설치작품 ‘30분의 차이 그리고 그 어딘가에’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남북의 대립 상황이 극으로 치닫던 지난 2016년 2월 10일. 당시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남한 측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피난민처럼 황급히 짐을 싸야 했다. 지난 2000년 8월 개성공단 개발합의서 체결 후 2003년부터 본격 착공에 들어가 이듬해부터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의 불은 10여 년 만에 꺼졌다.
그 ‘개성공단’이 옛 서울역사 자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술사학자 박계리 홍익대 융합예술연구센터 교수가 기획하고 10팀의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 ‘개성공단’이다.
제인 진 카이젠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산 이야기’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인 진 카이젠은 남과 북, 국가 간의 경계선, 산업과 자연의 경계 등을 소재로 영토 분쟁을 치유의 이야기로 풀어낸 영상작품을 선보였다. 제주 태생의 덴마크 입양아로 예술가가 된 작가 자신이 ‘경계인’으로서 느낀 깊은 고뇌도 묻어 있다. 그는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로 선정됐다. 정정엽 작가는 길이 4m의 하늘거리는 천에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먹으로 그렸다. 제목은 ‘정상출근’. 개성공단의 일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정정엽 ‘정상출근’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부록 작가는 전시장 안에 ‘로보다방-로동 보조물자 다방’을 꾸몄다. 내부에 설치된 수십 대의 미싱테이블은 노동의 흔적이다. 개성공단이 활발하던 시절 북한 노동자와 남측 기업에 보조물자로 제공된 막대커피를 매개로, 언젠가 남북 양쪽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공단의 잃어버린 시간을 이야기하게 될 날을 그린다. 이예승 작가는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구술을 토대로 그곳에서 생산되고 사용된 물품들의 그림자를 재료로 가상공간을 보여주는 미디어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작품 안에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한다.
김봉학프로덕션 ‘아리프로젝트’ 설치 전경.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영상작가 임흥순은 지난 2016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염원하며 벌인 장례 퍼포먼스에 사용된 물품을 갖고 북한산 형제봉에 오르는 과정을 촬영했다. 작가는 출품작 ‘형제봉 가는 길’에 대해 “2채널 영상이 서로 등지고 있어 한 번에 볼 수 없다”며 “북한에서 전시된다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형태 스크린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기획자와 참여작가들은 2년 정도 기획한 이번 전시를 “반쪽 전시”라며 개성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9월2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