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갇힌 한국유통] 대형 쇼핑몰 점포 98%가 자영업자...의무휴업땐 비싼 임대료만 날릴 판

<5·끝>규제에 떠는 또다른 소상공인
골목상권과 같은 소상공인인데
대형 유통시설 입점 이유만으로
매출 높은 휴일 장사 포기해야
상위 유통기업 200개 합쳐도
美 코스트코 하나 못미치는데
외국사 진입땐 시장 내줄수도


# 스타필드 하남에서 패션 브랜드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정부와 여당이 쇼핑몰에 대해서도 의무휴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평일 4만~5만 명, 휴일엔 10만 명에 달하는 유동인구를 노리고 비싼 임대료에도 입점을 결심한 그에게는 날벼락 같은 얘기다. 그는 “쇼핑몰이나 인근 로드숍의 가맹점주는 모두 자영업자”라며 “더구나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데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일요일에 매달 두 번 쉬면 엄청난 손해”라고 말했다.

유통규제의 목적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유통시설 바깥의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시설 내 소상공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가 되고 있다.일부 쇼핑몰의 경우 입점 점포의 98% 가량이 대기업과 무관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다. 같은 자영업자인데 대형 유통시설에 입점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 입점 점포 98% 가량이 대기업과 무관 = 서울경제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선 대형 마트 매장의 경우 적게는 10여 개 점포, 면적으로는 전체 15% 규모까지 외부 자영업자 점포가 들어서 있다. 대형 쇼핑몰은 이 비중이 더 높다. 우선 스타필드 하남은 전체 700여 개 매장 중 외부 임대매장이 90% 이상이고, 이 가운데 개인 가맹점주·자영업자는 60~70%에 달한다. 특히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350여 개 입점 업체 가운데 98%가 임대 매장으로 역시 대다수가 대기업과는 무관하다.


롯데에서 운영하는 쇼핑몰과 백화점도 입점 파트너사 중 70%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아울렛의 경우는 80%에 해당하는 매장이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있다. 롯데 아울렛 전체 매출에서 이들 외부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75%에 이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복합쇼핑몰로 분류되는 판교점 입점 사 900여 곳 가운데 60% 정도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이다. 다른 백화점도 그 비중이 평균 70% 수준이다.

아울러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복합쇼핑몰 등의 경우 주말 매출이 전체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보통 월~수요일이 전체 매출의 10~11%, 목·금요일은 13~15% 정도다. 토요일은 25~30%, 일요일도 20%를 가량이다.

◇ 부작용만 양산·형평성 등 문제 많아 = 형평성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쇼핑몰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비슷한 업태와 규모에도 다른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서로 다른 유통규제가 적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외국 사례를 보면 유통규제는 득 보다 실이 많다.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점포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생활용품 가격이 오르고, 중소 마트 프랜차이즈·초저가할인점(HDS) 등이 빈자리를 채우는 등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 역시 대표적인 유통규제 국가였지만 2010년대 초반에 사실상 전면 해제했다. 대형점포 제한이 소형 점포의 난립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과거 프랑스·일본이 정치적 이유로 계속 정책을 유지하다 외국과의 통상마찰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유통규제를 대거 해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2년 이후 국내 유통업체의 매출·고용이 위축되고 있다”며 “국내 상위 유통기업 200개를 합쳐도 미국 코스트코 하나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외국계 업체가 진입하면 국내시장을 모두 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유기자 yvett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