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매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유영민(오른쪽 두번째) 장관이 통신사 대표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하현회(왼쪽부터)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송은석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향후 5년간 최대 20조원의 투자비용이 예상되는 5G 상용 서비스를 위해 세제 혜택 및 망중립성 완화와 같은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관련 지원을 늘리는 한편 이통 3사가 내년 3월 동시에 5G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코리아 5G 데이’를 정해 ‘대한민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17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 회장·하현회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 등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5G 서비스 상용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황 회장은 “5G 장비 구축 과정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며 “이 때문에 조세감면과 같은 혜택이 추가되거나 부가세 환급을 법제화 하는 등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했다는 점에서 우리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며 급증하는 데이터 이용량에 대비해 제로레이팅 활용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통신서비스 차별을 금지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는 5G 시장에서는 망중립성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박 사장은 “현재 이통사들이 주파수 사용 대가를 내고 있는데 이를 이용자 혜택을 늘릴 수 있는 인력 양성 등으로 활용해야 주파수 대가를 부담하는 기업 측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종료된 5G 주파수 경매를 통해 이통 3사로부터 3조6,183억원을 확보한 만큼 5G 인프라 확대 등에 관련 세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LG유플러스 CEO로 선임된 뒤 첫 공식 석상에 나선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아직 업무 파악이 덜 된 만큼 말을 아꼈다. 하 부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일정에 맞춰서 5G를 상용화하고 단말 등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해서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 부회장은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주도해온 통신업계를 지속적으로 리딩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장관은 “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가 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간 ‘최초’ 선점 경쟁을 지양하고 우리나라가 최초가 되는 ‘코리아 5G 데이(Korea 5G Day)’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통신3사가 공동으로 5G 서비스를 개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5G 망에 화웨이 장비 도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통3사 모두 말을 아꼈다. 지난달 ‘MWC 상하이’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공언한 LG유플러스 측은 이날만큼은 확답을 피했으며 박 사장은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는 매우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화웨이 장비 도입에 대해 정부 차원의 문제제기를 할 경우 자칫 중국과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각 사업자가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이통 3사의 5G 상용 서비스 일정을 똑같이 맞추도록 한 것과 관련해 지나친 간섭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 3사 중 한 곳이라도 5G 상용준비가 늦어지면 나머지 사업자의 준비가 완료됐다 하더라도 서비스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